"영어를 배우려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전 세계 아이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것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

최근 영어 동화책 《우라의 꿈(Ura's Dream)》을 펴낸 존 워커 한국맥쿼리그룹 회장(55 · 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이처럼 출간 동기를 설명했다. 《우라의 꿈》은 지난해 4월 나온 《우라의 모험》에 이어 워커 회장의 두 번째 작품으로 뒤쪽에는 한글 번역본이 실려 있다.

주된 내용은 장난기가 많고 모험심도 강한 아기 반달곰 우라(Ura)가 겨울잠을 자면서 펼치는 모험담이다. 우라는 아기 까치(Gaachi),노란 돋보기 안경을 쓴 독수리(Doc Suri)와 함께 하늘을 날아간 끝에 북쪽 산악 지역에서 호랑이 가족과 붉은 여우 가족을 만나 우정을 나눈다. 아이들이 푹 빠질 만한 섬세한 그림과 다양한 영어 표현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까치와 독수리 등 한국어 명칭도 그대로 사용했다.

"우라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입니다. 한국의 전설과 구전동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라져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동물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

호주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맥쿼리그룹이 국내에 처음 진출한 2000년부터 10년간 줄곧 한국 법인을 이끌어 온 워커 회장은 호주한국경제협력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다.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금융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 관련 상을 받았고 외국인 최초로 한국증권업협회 공익이사를 역임하는 등 금융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작년에는 대한민국 영주권을 받았으며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업무가 바쁜데도 동화책을 왜 썼을까.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도 암울한 분위기가 느껴져 지난해 첫 작품에 도전했다"며 "우리의 삶에서 보다 중요한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자연'과 '아이들'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동화책을 쓰는 작업은 빈번한 해외 출장길을 활용했다. 그는 "마음이 자유로운 비행기 안이 제격"이라며 "휴대폰과 이메일,각종 결재 서류로부터 벗어나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늘 쪼개 쓰려고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당초 5명에서 출발한 한국맥쿼리그룹의 임직원은 현재 300여명으로 늘어났고 사업 분야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1개에서 인수 · 합병(M&A),자산금융시장,기업금융,사회간접자본 파이낸싱,헤지거래,주식파생상품 개발 등 12개로 확대됐다. 국내 인프라펀드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선 선두 주자다. 특히 워커 회장은 한국 최초의 민간 인프라 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펀드(MKIF)의 설립을 총괄했으며 공무원연금,군인공제회,사학연금 등 연기금과 신한은행,교보생명 등의 금융회사를 투자자로 유치한 주역이다.

그는 "사업을 하는 것과 동화책을 쓰는 것은 상호 보완적인 일"이라며 "기업이 투자를 통해 얻은 이윤으로 사회에 너그러움을 실천하는 것처럼 동화책을 쓴 수익으로 동물 및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현대적이고 분주한 대도시인 서울에서 30분만 벗어나면 명산이 있습니다. '빨리 빨리'와 근면성,유교와 세련된 감각 등 서로 대조적인 것들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살수록 매력적인 이 나라를 더 배우고 싶습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