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 생명보험사 저축보험에 가입한 주부 김모씨(50)는 요즘 웃는 일이 많아졌다. 은행 예금 금리는 연 3%대로 떨어졌지만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금리는 연 15% 고정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매달 20만원씩 보험료로 내고 있는 그는 만기가 돌아오는 2012년 은행 예금에 가입한 사람보다 5배나 많은 이자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할 곳이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보험사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자산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사마다 투자할 곳은 줄어드는 반면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이율 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은 커지면서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운용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한다. 채권이 절반 정도이고 주택담보대출 약관대출 등 대출은 20~30%가량 차지한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주식과 부동산 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 자산의 20%에 못 미친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주로 매입하는 채권,특히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자산 운용 수익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예금금리에 해당하는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연 4% 초반~5%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3.92%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발행 물량마저 줄고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아 보험사들은 대체 투자 수단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보험 수익구조 급속 악화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산 운용 수익률이 적어도 연 7% 중반은 돼야 적자를 보지 않는 구조인데 실제 수익률은 연 6%대에 불과하다"며 "저금리 기조가 단기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된 고정금리 저축성 보험은 상당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당시 보험사들은 연 7~25%의 확정금리를 내세워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지금도 전체 자산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조차 당시 판매한 보험으로 인한 역마진이 작년만 해도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요즘 같은 수익률로는 예전 고객들에게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올해 말 역마진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리인상 연기로)내년 말에나 가야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의 만성 적자로 인한 손실을 투자 수익으로 메워왔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손보사들 역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시금리 일제히 인하

시중의 여유자금이 저축성 보험에 몰리고 있는 것도 보험사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 회계연도 1분기(4~6월) 22개 생보사의 저축성 보험 판매액은 6조483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2678억원 증가했다. 이는 미래에 손실을 가져오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고민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저축성 보험 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서 '빅4'로 불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동부화재는 이달 일제히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을 인하했다.

지난달 각각 연 5.2%였던 4개사의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은 이달 모두 연 5.0%로 떨어졌다.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도 지난달 각각 연 5.3%였던 공시이율을 최근 연 5.1%로 내렸다. 또 롯데손해보험 그린손해보험도 이달 공시이율을 떨어뜨렸다.

손해보험사보다 공시이율이 다소 낮은 수준인 생명보험사들은 이달 공시이율이 지난달과 대체로 비슷하다. 다만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공시이율을 연 4.8%에서 연 4.7%로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음에 따라 다음 달 공시이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