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제살 깎아먹는 '붕어빵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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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류의 펀드는 없나요?" 직장인 A씨는 최근 펀드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았지만 직원이 내민 펀드 목록을 살펴보다 고민에 빠졌다. 추천해 준 펀드 대부분이 20~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형' 아니면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뒤 채권형으로 바뀌는 '목표전환형',거치식으로 가입해도 증시 상황에 따라 투자시기를 나눠주는 '분할매수'펀드였기 때문이다. A씨는 "자산운용사 이름만 달랐지 투자전략은 똑같은 펀드 일색이라 뭘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잡혀 일단 투자를 보류했다"고 말했다.
특정 전략을 내세운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유사 펀드를 내놓는 이른바 '미투(me too) 펀드' 출시 관행이 더 심해졌다. 펀드평가업체 KBP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출시된 주식형 · 주식혼합형 펀드 176개 중 압축 · 목표전환 · 분할매수 등 세 가지 전략을 사용한 펀드가 55개(31.3%)에 달했다. 신규 펀드 10개 중 3개는 겉만 다르지 속은 똑같은 '미투펀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싶으면 엇비슷한 펀드를 공장에서 찍어내듯 복제해 출시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투펀드' 경쟁은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동시에,한때 유행이 지나면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에만 39개가 쏟아진 녹색성장펀드는 설정액이 펀드당 평균 22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57개 녹색성장 펀드 중 6개만 설정액 50억원을 넘겼을 뿐,나머지는 모두 그 미만인 자투리 펀드다. 한 펀드 애널리스트는 "미투펀드는 유행이 지나면 대부분 관심에서 멀어져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펀드매니저 1인당 관리하는 펀드 수가 늘어 부담을 키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운용사들은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시중자금이 몰리는 투자전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별화된 뚜렷한 투자철학 없이 단지 시장에서 인기가 있다고 '붕어빵 펀드'를 쏟아내는 것은 스스로 펀드시장을 위축시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투자자들이 왜 펀드에 실망하고 자문형 랩으로 갈아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박민제 증권부 기자 pmj53@hankyung.com
특정 전략을 내세운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유사 펀드를 내놓는 이른바 '미투(me too) 펀드' 출시 관행이 더 심해졌다. 펀드평가업체 KBP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출시된 주식형 · 주식혼합형 펀드 176개 중 압축 · 목표전환 · 분할매수 등 세 가지 전략을 사용한 펀드가 55개(31.3%)에 달했다. 신규 펀드 10개 중 3개는 겉만 다르지 속은 똑같은 '미투펀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싶으면 엇비슷한 펀드를 공장에서 찍어내듯 복제해 출시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투펀드' 경쟁은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동시에,한때 유행이 지나면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에만 39개가 쏟아진 녹색성장펀드는 설정액이 펀드당 평균 22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57개 녹색성장 펀드 중 6개만 설정액 50억원을 넘겼을 뿐,나머지는 모두 그 미만인 자투리 펀드다. 한 펀드 애널리스트는 "미투펀드는 유행이 지나면 대부분 관심에서 멀어져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펀드매니저 1인당 관리하는 펀드 수가 늘어 부담을 키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운용사들은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시중자금이 몰리는 투자전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별화된 뚜렷한 투자철학 없이 단지 시장에서 인기가 있다고 '붕어빵 펀드'를 쏟아내는 것은 스스로 펀드시장을 위축시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투자자들이 왜 펀드에 실망하고 자문형 랩으로 갈아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박민제 증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