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근저당권 설정비용'은 은행이 부담하고 '인지세'는 은행과 소비자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은행연합회와 16개 은행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출거래 약정서,근저당권설정 계약서 등 개정 표준약관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에 일부 패소 판결을 내린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8일 공정위가 전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대출 거래시 근저당권의 설정 · 말소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를 협의를 통해 소비자 은행 설정자 가운데 선택한다'는 조항을 '근저당권 설정비용은 은행이,말소비용은 채무자 또는 설정자가 부담한다'고 개정했다.

또 인지세는 '은행과 소비자 간 협의에 따라 소비자 또는 은행이 전액을 부담하거나 아니면 소비자와 은행이 50%씩 부담한다'는 기존 약관을 '은행과 고객이 50%씩 부담한다'로 바꿨다.

공정위는 협의를 통해 비용 부담자를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실제 거래에서 대부분 고객이 비용을 부담해 온 관행이 불공정하다고 판단,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개정했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약관상 비용 부담 주체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만큼 거래관행으로 약관의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공정위가 개정 표준약관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위법하다"면서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약관은 거래분야의 통상적인 관행,거래대상 상품의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약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