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학으로 풀어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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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로 이룬 산업화 기적
지도자의 헌신·신뢰 있어 가능
지도자의 헌신·신뢰 있어 가능
지금 중장년이 된 다수의 우리들은 '하면 된다'는 정신에 대해 들으며 자랐다. 밖에서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말하는,이 나라가 이룩한 발전과 변화를 국민들은 '하면 된다'는 정신의 발현으로 이해한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산업화와 새마을 운동 그리고 산림녹화와 같은 모든 업적의 바탕에는 '하면 된다'라는 단순한 구호가 있었으니 때로는 구호 그 자체가 기적이 아닌지 느껴질 때가 있다. '하면 된다'를 언제인가부터는 영어로도 'can do spirit'이라고 하고 그 의미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 외국 사람들 또한 이해하게 됐다. 구체적인 대상도 없이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하니 때로는 무모하게도 생각되고 민주 인사들이 혐오하는 군사적인 인식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도대체 '하면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구호를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면 된다'는 구호를 경제학에서 이론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1970년대 경제학은 기대형성이론에 있어 합리적 기대라는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그 이전까지 기대형성은 과거의 데이터(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기대)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적응적 기대라고 한다. 적응적 기대가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미래가 과거와 유사해야만 한다. 미래가 과거와 비슷하지 않으면 과거를 이용해 예측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그런데 1970년대는 그 이전과 너무나 다른 사건들이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중동전으로 촉발된 아랍권의 석유 무기화로 원유 가격이 폭등하고 이에 따라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과거와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과거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적응적 기대를 이용하면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바탕을 두고 미래를 기대했다면 이 나라가 현재와 같은 번영을 누릴 수가 있었을까? 전혀 아닐 것이다. 합리적 기대의 요체는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의 정보도 이용한다는 데 있다. '하면 된다'의 정신을 합리적 기대이론에서는 자기실현적 기대(self-fulfilling prophecy)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하면 실제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투기가 대표적인 것이다. 근거가 있거나 없거나 모든 사람들이 특정 자산의 가격이 오르리라고 기대하면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서 모두가 그 자산을 구입하기 때문에 실제로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원리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어떤 이유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면 실제로 걱정하던 그 불안요인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지만 경제적인 원리에 있어서는 전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하면 된다'는 구호의 바탕에는 리더십이 있다. 리더십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으나 미래에 대한 정보와 비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래에는 과거와 다르리라는,보다 잘살 수 있다는,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정보와 비전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자기실현적인 기대,곧 '하면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리더십이 아닐까?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한 정보와 비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리더십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하면 된다'는 자기실현적인 기대를 공유하게 되기까지는 제공되는 정보와 비전이 구체적이어야만 하고 그것을 위해서 지도자들이 헌신한다는 신뢰가 있어야만 한다. 결국 신뢰의 문제는 경제문제를 포함해 모든 국사(國事)의 근본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국사가 과연 신뢰의 바탕 위에 운영되고 있는가? 두고두고 생각해 볼 명제이다.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세계를 놀라게 한 산업화와 새마을 운동 그리고 산림녹화와 같은 모든 업적의 바탕에는 '하면 된다'라는 단순한 구호가 있었으니 때로는 구호 그 자체가 기적이 아닌지 느껴질 때가 있다. '하면 된다'를 언제인가부터는 영어로도 'can do spirit'이라고 하고 그 의미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 외국 사람들 또한 이해하게 됐다. 구체적인 대상도 없이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하니 때로는 무모하게도 생각되고 민주 인사들이 혐오하는 군사적인 인식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도대체 '하면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구호를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면 된다'는 구호를 경제학에서 이론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1970년대 경제학은 기대형성이론에 있어 합리적 기대라는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그 이전까지 기대형성은 과거의 데이터(정보)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기대)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적응적 기대라고 한다. 적응적 기대가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미래가 과거와 유사해야만 한다. 미래가 과거와 비슷하지 않으면 과거를 이용해 예측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그런데 1970년대는 그 이전과 너무나 다른 사건들이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중동전으로 촉발된 아랍권의 석유 무기화로 원유 가격이 폭등하고 이에 따라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과거와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과거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적응적 기대를 이용하면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바탕을 두고 미래를 기대했다면 이 나라가 현재와 같은 번영을 누릴 수가 있었을까? 전혀 아닐 것이다. 합리적 기대의 요체는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의 정보도 이용한다는 데 있다. '하면 된다'의 정신을 합리적 기대이론에서는 자기실현적 기대(self-fulfilling prophecy)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하면 실제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투기가 대표적인 것이다. 근거가 있거나 없거나 모든 사람들이 특정 자산의 가격이 오르리라고 기대하면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서 모두가 그 자산을 구입하기 때문에 실제로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원리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어떤 이유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면 실제로 걱정하던 그 불안요인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지만 경제적인 원리에 있어서는 전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하면 된다'는 구호의 바탕에는 리더십이 있다. 리더십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으나 미래에 대한 정보와 비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래에는 과거와 다르리라는,보다 잘살 수 있다는,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정보와 비전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자기실현적인 기대,곧 '하면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리더십이 아닐까?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한 정보와 비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리더십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하면 된다'는 자기실현적인 기대를 공유하게 되기까지는 제공되는 정보와 비전이 구체적이어야만 하고 그것을 위해서 지도자들이 헌신한다는 신뢰가 있어야만 한다. 결국 신뢰의 문제는 경제문제를 포함해 모든 국사(國事)의 근본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국사가 과연 신뢰의 바탕 위에 운영되고 있는가? 두고두고 생각해 볼 명제이다.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