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시대가 온다] (2) 1인 소득 4000弗 입구…'민주화 門' 통과가 숙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선출돼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지난 18일 베이징 왕징의 한 식당 앞.벤츠 아우디 등 고급 승용차가 줄줄이 주차된 한쪽에 말 한 마리가 뒤에 큰 수레를 매달고 서 있었다. 대추 감 등 가을 과일을 팔기 위해 9시간 동안 말을 타고 달려 왔다는 농부가 벤츠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본 한 중국 신문 기자는 "화약고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3년 국가주석이 확실시되는 시 부주석은 관례대로 연임까지 한다면 2022년은 돼야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이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 · 모두가 풍족한 상태)사회를 구축한다는 공산당의 목표를 그가 완성해야 한다는 것 을 뜻한다. 그러나 벤츠와 우마차가 함께 있는 현실은 만만찮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핀얼다이(貧二代)로 통칭되는 가난의 세습,민주적 제도 미비로 인한 당과 국민의 격리 등 "인민 내부의 모순"(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폭동 직전의 소득격차

개혁 · 개방의 지휘자였던 덩샤오핑은 "국민 한 사람의 소득이 4000달러에 달하는 2040년께 샤오캉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캉은 시경에 나오는 말로 누구나 편안한 상태에 이른다는 의미다. 중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734달러(국제통화기금 발표 기준)로 올해 4000달러 선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덩샤오핑이 그리던 소득 목표점엔 거의 도달했지만 중국 공산당은 2008년 샤오캉사회 완성 시점을 2021년으로 수정했다. 비록 수치상 소득 목표를 이뤘다 하더라도 아직은 편안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것.

숫자로 확인되는 중국 사회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칭화대 사회발전연구과제팀이 지난달 발표한 '사회재건으로 나가는 길'이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47에 달한다. 통상 0.4가 넘으면 위험,0.5를 초과하면 폭동 발생 수준으로 분류된다. 인구의 1%가 국민 전체 자산의 41.4%를 차지하고,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3.3배에 달한다. 최저수입층 10%와 최고수입층 10% 간의 소득차는 55배다. 2007년엔 21배였으나 2년 사이 두 배 이상 폭이 벌어졌다.

리나 천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1인당 GDP가 4000달러를 넘어서면 그 사회 내부에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며 "중국에서도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지만 빈부격차에 따른 집단시위가 빈발하고 이런 측면에서 중국 사회의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노동분쟁은 68만4400건으로 2007년(35만182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소득분배 개선이 핵심 과제"

중국 공산당은 최근 사회적 모순에 대해 공격적인 대응을 개시했다. 지난 5월 연쇄 파업 사태 후 총공회(한국의 노총 격)의 개선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부과도 거론됐고,갑부들의 사회기부를 찬양하고 독려하는 기사도 중국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마오당식 수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우마오당(5毛黨)이란 인터넷에 정부를 찬양하는 댓글을 달면 5마오(1마오는 0.1위안)씩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선전부대를 일컫는다. 천 연구원은 "내부에 문제가 곪고 있는데 공산당식 선전으로 치유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마오쩌둥이 우파를 척결할 때 사용했던 '인민 내부의 모순'이란 용어를 동원하며 변화를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이번에 논의된 12차 5개년 계획은 '본질을 꿰뚫는 개혁' 그 자체이며,소득분배 구조 개선과 직결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시장경제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기득권층의 저항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샤오캉사회 완성이란 임무를 맡게 된 시 부주석의 과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