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서는 환율전쟁의 해법 중 하나로 '신(新)브래디 플랜'이 거론됐다. 브래디 플랜은 1980년대 말 중남미 국가들이 과중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을 때 채권국인 미국과 유럽이 부채의 일부를 탕감해주고 나머지는 중남미 국가들이 발행한 장기 채권으로 바꿔 서서히 상환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니컬러스 브래디가 주도했으며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환율전쟁은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인한 부채 증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기능하는 한 쌍둥이 적자는 쌓여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부채 증가는 곧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는 차원에서 과거 브래디 플랜처럼 세계 채권국들이 미국 부채를 일부 탕감해주자는 이른바 '신 브래디 플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미국의 부채 누적에서 비롯된 환율전쟁이 격화하면 모든 나라가 패자(敗者)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가계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고 탕감비용 조달 국채를 주요 20개국(G20)이 매입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도 신 브래디 플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빚은 본질적으로 갚거나 아니면 빌려준 쪽에서 탕감해줘야 끝나는 문제"라며 "대미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들이 미국의 부채를 줄여주고 그 혜택이 월가의 대형은행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에게까지 미쳐 소비가 살아나고 경기가 회복되면 달러 가치도 안정되고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패러다임 제시만 이뤄져도 획기적인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