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값이 사상 최고 수준(채권금리는 최저치)으로 치솟으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유 채권의 평가차익이 크게 늘었지만 금리가 언제 반등할지 몰라 투자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해 펀드에 편입할 채권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금리 하락은 양날의 칼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말 결산인 증권사들은 2분기(7~9월)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 강세(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로 평가차익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채권 보유액이 6조원(6월 말 기준)에 달하는 삼성증권은 2분기 채권부문 운용수익이 전분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우리투자증권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해 채권금리가 급락한 지난달 9일 하루에만 100억원대 평가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 같은 실적 호조가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우승하 대우증권 채권상품부장은 "단기 이익이 많이 났지만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운용전략을 짜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초저금리로 재투자가 쉽지 않아 섣불리 차익을 실현하기 힘든 데다 대외환경이 급변해 금리가 반등할 경우 반대로 평가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9월과 10월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예상해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했다 손해를 봐 운용수익이 줄었다.

한철진 KB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도 "금리가 언제 바닥을 치고 오를지 몰라 보수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돈이 남아도는 은행을 중심으로 기관 자금이 사모형 펀드로 유입되고 있다"며 "금리 수준이 워낙 낮아 이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급 불균형으로 부담 가중

외국인의 공격적인 채권 매수세도 국내 기관들에는 악재다. 채권 발행 · 유통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채권 투자자가 늘어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 등 '큰손' 투자자들은 이미 채권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지만 국내 채권형펀드의 채권 편입 비중은 여전히 85.4%(9월 말 기준)에 머물러 있다.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이후 채권형펀드로 1조60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돼 운용사들은 채권을 더 사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주요 투자대상인 국고채는 이달부터 발행이 크게 줄고 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예상보다 많은 국고채가 발행된 탓에 연말까지 월평균 발행 규모는 지난달의 절반 수준인 3조5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발행은 줄었지만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국고채를 하루 평균 150억~200억원씩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전체 국고채 발행액(74조3125억원)의 30%인 21조56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고채 응찰률(발행 예정액 대비 인수 신청액 비율)도 상승 추세다. 지난 4일 입찰한 3년 만기 국고채 응찰률은 406.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영성 삼성자산운용 채권2팀장은 "가격 부담이 있어도 살 수 있는 채권은 모두 사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운용사들은 공사채나 회사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 팀장은 "공사채 회사채도 발행이 크게 줄어 유통금리가 시가평가 기준에 비해 낮게(가격은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 매수하는 순간 평가손실이 나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강지연/서보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