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소맥(밀) 시세가 지난 6월부터 급등하자 국내 밀가루 값도 따라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동아원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들은 지금의 가격 수준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초 밀가루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인 코리아PDS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소맥 12월물은 18일(현지 시간) 부셸당 6.9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에 비해 23.7%(1.32달러),올 최저였던 지난 6월9일(4.28달러)에 비해선 61.2%(2.62달러) 급등한 것이다.

소맥은 지난 2년간 부셸당 4~6달러 선에서 안정됐으나 지난 8월 초 수출국 3위인 러시아가 작황 악화를 이유로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7.85달러까지 치솟은 뒤 7달러대를 유지해왔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캐나다 등의 기상악화로 인한 공급부족 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호전에 따른 수요증가 가능성도 있다"며 "밀 값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추세적으로 안정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선물 시세뿐 아니라 호주 서부의 밀 값도 지난 6월부터 약 70% 올랐다. 제분업계는 연간 200만~230만t 규모의 밀을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 수입해 160만~170만t의 밀가루를 공급하는데 호주 서부 밀이 전체 수입량의 45%를 차지한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1등급 밀만 수입하는데 세계적으로 고급 밀 수요가 많아 1등급 밀 값은 더 올랐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동아원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들은 선물거래를 통해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4~5개월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는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밀 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다음 달부터는 인상된 가격의 원료 투입이 불가피해 밀가루 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가루업체 고위 관계자는 "밀 값이 부셸당 7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달러당 원화 환율 1110원을 기준으로 13%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며 "내년 초부터 두 자릿수 인상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자릿수 정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밀가루 값이 오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와 롯데제과 크라운 · 해태제과 등 과자업체,파리바게뜨 등 제빵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올 1월 동아원을 시작으로 대한제분 CJ제일제당이 잇따라 밀가루 값을 6~8% 내리자 이들 업계는 연쇄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농심 관계자는 "올 1월에 밀가루 값이 내렸을 때 신라면을 750원에서 730원으로 20원 내렸다"며 "밀가루 값이 오르면 분명히 인상 요인은 있지만 지금은 뭐라고 말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도 "설탕에 이어 밀가루 값까지 오른다면 인상을 검토해야 할 제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당업계는 지난 8월 초 설탕 값을 8.3% 올렸다.

김현석/심성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