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호진 회장(48)에 이어 이 회장의 어머니이자 그룹 내에서 '왕(王) 상무'로 불리는 이선애씨(82) 자택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 당했다. 이씨는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전 회장의 부인이자 이 회장의 어머니로,비자금을 실질적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서부지법에 이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다가 '피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기각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이씨에 대한 강제수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씨와 이 회장은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같지만 실제로는 따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지난 16일 서울 장충동 이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태광산업 본사 등 압수수색을 통해 이씨가 차명계좌를 통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태광그룹의 2006년 쌍용화재 인수 때도 개인 계좌로 쌍용화재 주식을 집중 매입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당시 이씨에 대해 내부자거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씨는 태광이 섬유회사로 성장하던 1960년대부터 회사 자금을 도맡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상무이사직을 맡으며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회사 안팎에서 '왕 상무'로 불려왔다.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이 회장이 경영을,이 상무가 자금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언론 등에 알린 인물로 태광그룹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이씨에 대한 소환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필요한 조사가 있으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도원/이정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