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3위 철광석 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과 리오틴토가 최근 합작회사 설립을 철회한 데는 공정거래위원회 주도의 국제 공조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이 철광석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양사에 보냈다. 일본 경쟁당국도 지난달 27일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로부터 약 2주일 만인 지난 18일 두 회사는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며 "원하지 않지만 양사는 합작법인 설립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성명을 냈다. 글로벌 대형 인수 · 합병(M&A)에 공정위가 제동을 건 첫 사례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50 대 50'의 지분 비율로 서호주 지역에서 철광석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계약을 맺고 한국과 일본 EU 등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합작회사가 설립되면 합작법인의 괴광(철광석의 일종)시장 점유율이 55.2%에 달하는 등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장기적으로 괴광 가격이 최대 105%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산 철광석은 중국(59%) 일본(25%) 한국(11%) 등 동아시아 3개국이 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합작법인 설립 여부는 국내 시장에도 큰 파장을 미치는 사안이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합작법인 설립의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초기 단계부터 일본 EU 중국의 경쟁당국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이 지난 7월 중순 비밀리에 일본을 방문해 공조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한국과 일본의 공정위원장이 제재 조치 수준과 일정을 조율했다. 신 국장은 "경쟁 제한을 막기 위해서는 합작법인 설립을 금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전원회의에서 법리 공방을 벌여 결합을 막으려고 준비했는데 공정위가 주도한 국제 공조로 양사가 합작법인 설립을 철회하면서 당초 의도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