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의 스몰야구…지옥훈련으로 천국에 가다
SK 와이번스가 2010 한국시리즈에서 2년 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이번 우승에는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68)의 철두철미한 준비성과 용병술이 한몫했다.

야구인들은 김 감독의 스타일을 흔히 '작은(small) 야구'라고 표현한다. 호쾌하게 치고 달리는 야구가 아니라 잦은 투수 교체와 이기고 있을 때 지키기 등 데이터에 의존한 '실속 야구'를 펼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그의 '이기는 리더십'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철저한 준비만이 살 길

김 감독은 정규리그를 마치고 곧바로 한국시리즈 준비에 나섰다. 3일을 연습하고 하루 쉬는 스케줄로 훈련을 진행했지만 계속되는 특타(特打) 훈련 등으로 사실상 휴일이 없었다. 최정(3루수)이 "감독님의 지시로 야수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훈련했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 강훈련은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경기 감각 유지에 큰 힘이 됐다.

김 감독은 5차전을 치르기 전 이동일로 잡혀 있는 20일에도 잠실구장을 미리 빌려 야간 훈련을 치를 계획을 잡아놓았다. 결과적으로 4차전에서 마무리됐지만 김 감독만의 유비무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추구한다. 이는 재일교포 출신으로 텃세 강한 한국에서 야구 코치와 감독으로 살아남은 그만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데이터는 속이지 않는다

김 감독은 "상대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우리 야구를 보여주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동안 상대를 철저히 연구한다.

그는 한국시리즈 내내 선발 투수를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보내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왼손 불펜진의 힘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지난 15일 잠실 1차전에서는 선발 투수 김광현의 제구력이 갑자기 흔들리며 무너지자 바로 왼손 정우람을 투입해 삼성의 좌타자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불을 껐다. 2,3차전도 마찬가지.김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보니 삼성의 타율이 오른손 투수에게는 3할이 넘었지만 반대로 왼손 투수에게는 2할대로 낮았다"며 왼손 계투진을 중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허점을 알아내기 위해 끝없이 상대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