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년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은 대출 규제 등 각종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또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진국들의 초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 문제를 거론하고 △최근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희생하면서도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실천에 옮긴다는 복합적인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인민은행은 19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를 5.56%로,1년 만기 예금금리는 2.5%로 각각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상된 기준금리는 20일부터 적용된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상한 것은 물가 상승 압박이 정점으로 치닫던 2007년 12월이었다. 이후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3개월간 모두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중국은 1년10개월간 1년 만기 대출금리를 5.31% 수준에 고정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대출 규제 등 각종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과 물가 상승 압박이 지속되자 인민은행이 금리 인상이라는 확실한 긴축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로 2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1일 발표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경기는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고 원자재 가격도 뛰었다. 제임스 창 홍콩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21일 발표될 경기지표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에도 한시적으로 6대 상업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높였다. 올 들어서만 네 번째 지준율 인상이었다. 홍콩 소재 ANZ은행의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 결정은 정책 결정자들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묶어둘 더 나은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동안 지준율 인상 등 행정지도를 통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온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인플레 억제 외에 다른 계산도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미국 등 선진국과 환율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다음 달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와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주요 경제정책과 관련해 관망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류광열 주중 한국대사관 재경관은 "물가 상승 억제의 필요성이 높긴 하지만 경기만 보면 금리를 시급히 올려야 할 만큼 과열 상태가 아니다"며 "다음 달 G20 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 외에 선진국의 초저금리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속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등 선진국들의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아시아 각국의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를 거론함으로써 위안화 문제로 중국만 공격받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지난 18일 끝난 5중전회(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통해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한 다짐의 연속선상에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중국 정부가 사회적 갈등 해소 정책의 첫 신호탄으로 주택 가격 억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 절상 추세와 맞물려 금리를 올림으로써 핫머니가 몰려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외환관리가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박성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