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농경사회에서는 경작지가 일정하면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여 1인당 총생산이 최저생계비까지 낮아지고,인구는 그 수준에서 포화상태에 이른다. 인류는 산업시대에 들어선 이후부터 비로소 맬서스적 정체상태가 강요하는 절대빈곤을 탈출할 수 있었다. 각종 생산 도구가 급속히 발달하고 분업이 고도화하면서 인구와 1인당 총생산이 함께 증가하는 경제성장을 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수한 도구는 노동의 생산성을 크게 높인다. 산업화가 우수한 도구를 공급하기 시작하면 최저생계비 수준에 묶인 1인당 총생산이 상승하고,따라서 인구도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수한 도구가 뒷받침하는 한 인구가 증가하더라도 1인당 총생산은 항상 최저생계비를 웃돈다.

도구는 곧 자본으로서 산업사회의 모든 생산요소는 최종적으로 노동과 자본으로 귀결된다. 경제학자 솔로(Solow) 는 성장균형에서는 1인당 자본이 일정한 수준의 '균형자본'으로 결정된다고 보고,1인당 총생산은 결국 한 사람이 '균형자본'을 활용하여 생산하는 수량과 같다고 상정하였다. 그러므로 인구가 한 명 늘면 순투자는 늘어난 한 명에게 필요한 '균형자본'만큼 증가하고,총생산은 이 사람이 '균형자본'을 활용하여 생산하는 수량만큼 증가한다.

솔로의 성장모형에서도 1인당 총생산은 일정한 수준에 머물지만,그 수준은 최저생계비보다는 더 높다. 그리고 총생산은 인구가 늘어야 증가하고,인구의 자연증가를 억제하는 장애도 없다. 솔로 모형은 산업사회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1인당 총생산이 최저생계비보다는 더 높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1인당 총생산이 증가하는 현상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 까닭은 솔로가 노동과 자본의 투입증가만이 생산량을 늘린다고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같은 노동과 자본을 활용하더라도 생산기술을 개선하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는 노동과 자본의 투입 증가가 생산 증가,즉 성장률에 기여한 부분을 추출해 낸다. 노동 기여분과 자본 기여분의 합이 성장률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솔로 경제다. 현실적으로는 보통 성장률이 더 큰데 이 차이가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의 기여분이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혁신의 효과를 반영하므로 그로 인한 성장을 질적 성장이라고 하고,노동과 자본 투입의 증가로 이루는 성장을 양적 성장이라고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1997년 환란 시기까지는 양적 성장 중심의 고도성장이었으나 환란 이후부터는 성장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점차 질적 성장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