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와 충돌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예상대로 차기 주석으로 사실상 내정되는 등 각 정파 간 타협이 순조롭게 이뤄지지만 나라 밖에서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인접해 있는 인도 일본 베트남 등 주변국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미국 유럽연합(EU)과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노벨평화상 문제로는 세계를 상대로 싸운다.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는 일본과 세계 2위 자리를 다툰다. 중국은 △연간 10% 안팎의 경제성장률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 △막대한 무역흑자 △급성장하는 내수시장 등을 감안하면 10~20년 뒤에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강대국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십이나 문제해결 능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의 이익을 침해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힘의 외교로 일관해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AP통신). 폴 몽크 오스싱크컨설팅 대표는 "세계는 지금 1940년대의 일본,냉전시대의 소련과 맞닥뜨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마찰만 빚는 슈퍼파워

"영토 문제는 주권의 문제다. 결코 양보할 수 없다"(원자바오 중국 총리). 지난달 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이 발생하자 중국은 초강경 노선으로 일관했다. 장관급 회담을 취소하고 일본 대사를 여섯 차례나 소환했다. 양국 간 천연가스 공동 개발 문제를 연기하고 4명의 일본인을 억류했다. 일본 전자산업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 수출까지 중단시켰다. 전방위 압박에 일본이 억류했던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대화가 아닌 사과와 보상을 요구해 문제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은 "중국이 일본에 극도로 히스테릭한(정신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맞받아 양국 간 긴장관계는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강경 태도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와의 분쟁에서도 견지돼 미국의 개입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중국은 인도 러시아와도 영토 문제로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양국은 최근 천안함 사태로 갈등을 빚었고 서해안 한 · 미합동군사훈련으로 날카롭게 대립했다. 토머스 버거 보스턴대 교수는 "중국은 동아시아 경제블록 구축,파키스탄에 대한 대규모 원조 등으로 글로벌 파워에 걸맞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최근의 강경책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놓고도 중국은 미숙한 대응을 하고 있다. 류샤오보 문제는 국제 외교가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강대국보다는 선진국 돼야

시진핑 부주석은 멕시코 순방에 나섰던 지난해 2월 일부 국가가 티베트의 자치 강화를 주장한 데 대해 "서방의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중국 내정에 함부로 간섭한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는 "과거 중국은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신중한 외교를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신감을 가지면서 공세적으로 전환했다"며 "정권 교체기에 지도부들의 선명성 경쟁이 대외 강경노선을 고수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강경한 외교전략에 대해서는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오위판 마카오대 인문대학원장은 "중국 지도부는 영토 문제는 주권 문제라고 말하지만 이는 외교 문제이기도 하다"며 "중국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사태 해결을 더욱 꼬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이 세계에서 덩치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와 공존할 수 있는 중국식 가치관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시대의 새 중국은 경제와 내치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