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4대강 사업, '환경'인가 '토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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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외면한 채 정략에만 골몰…썩은 강 살리는 논의에 집중해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특히 야당의 반대는 정략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대운하로 가기 위한 토목공사라는 야당의 주장과,강을 살리려는 환경개선이 본질이라는 여권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서로 평행선을 달린다. 야당의 반대논리인 "위장된 운하인 4대강 사업은 금수강산을 파괴하는 것으로 중단돼야 한다"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그렇다. 여기에 '생명'을 내세워 종교계와 환경단체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은 더 답답하다. '토목'이냐 '환경'이냐의 이분법으로 4대강 사업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는데도 각자의 정치적 셈법이 논쟁의 구도를 그렇게 갈라놓고 있다.
정부가 내건 4대강 사업의 핵심과제는 물 확보,홍수방어,수질개선 및 하천생태 복원,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창조,강 중심의 지역발전 등 다섯 가지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가뭄과 빈발하는 홍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썩어가는 강을 살려 지역경제 성장의 동력을 얻자는 것이다. 투입 예산은 총사업비 22조원 가운데 보상비를 빼면 19조4000억원이다. 대략 준설(浚渫)에 5조원,생태하천 조성과 저수지 축조에 2조원씩,보(洑) 건설에 1조5000억원,수질개선에 3조9000억원,댐과 홍수조절지 조성 등에 2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논란의 중심은 준설과 보의 건설이다. 준설에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될 뿐 아니라 강바닥의 흙을 파내 수심을 깊게 하는 것을 운하사업으로 해석하는 까닭이다. 예산규모는 작아도 보 건설 또한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시비에 휘말려 있다.
하지만 무엇이 토목이고 어떤 것이 환경개선일까. 운하를 파는 것은 토목공사이지만,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로 물을 많이 담고 강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다면 환경사업이다. 땅을 파내는 토목사업의 결과로서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자연의 복원으로 이어질 때 그 경계는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강에 물이 많아지면 강을 썩게 하는 오염물질의 농도는 희석된다. 그것이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지름길일 수 있다.
사실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언제나 한 가지다. 인간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자연을 개발하는 행위 자체가 자연에 대한 공격으로 인간 스스로에 대한 파괴라는 논리에 갇혀 있다. 그래서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독단에 사로잡혀 항상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해왔다. 그들의 대안 없는 반대가 사회적 비용부담과 국민 불편을 얼마나 가중시켰고 국론을 분열시켰는지 우리는 이미 새만금 간척과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인천공항 건설 등에서 익히 경험해왔다.
하지만 이미 파괴된 자연을 어떻게 되살릴 것이냐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심각한 오류다. 그동안 개발의 결과로 오염과 환경파괴가 이뤄졌다면 그것을 복구해 원래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진실로 환경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 강은 이미 수십년의 산업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오염물질로 깊이 병들어 있다. 그런 강을 어떻게 치유해 하천생태계를 복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게 만들 것인지,변화무쌍한 이상기후로 빈번해지는 가뭄과 홍수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울산 태화강은 1990년대만 해도 썩은 물로 인해 '죽음의 강'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매년 전국수영대회를 여는 1급 수질의 생태하천으로 바뀌었다.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개발'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사례다.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들이 터널을 파면 산위의 늪이 말라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논리로 '도롱뇽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를 6개월이나 중단시켰지만,공사가 마무리된 지금 습지는 여전히 살아있고 지난 봄 웅덩이마다 도롱뇽과 그 알이 가득했다는 조사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정부가 내건 4대강 사업의 핵심과제는 물 확보,홍수방어,수질개선 및 하천생태 복원,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창조,강 중심의 지역발전 등 다섯 가지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가뭄과 빈발하는 홍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썩어가는 강을 살려 지역경제 성장의 동력을 얻자는 것이다. 투입 예산은 총사업비 22조원 가운데 보상비를 빼면 19조4000억원이다. 대략 준설(浚渫)에 5조원,생태하천 조성과 저수지 축조에 2조원씩,보(洑) 건설에 1조5000억원,수질개선에 3조9000억원,댐과 홍수조절지 조성 등에 2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논란의 중심은 준설과 보의 건설이다. 준설에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될 뿐 아니라 강바닥의 흙을 파내 수심을 깊게 하는 것을 운하사업으로 해석하는 까닭이다. 예산규모는 작아도 보 건설 또한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시비에 휘말려 있다.
하지만 무엇이 토목이고 어떤 것이 환경개선일까. 운하를 파는 것은 토목공사이지만,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로 물을 많이 담고 강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다면 환경사업이다. 땅을 파내는 토목사업의 결과로서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자연의 복원으로 이어질 때 그 경계는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강에 물이 많아지면 강을 썩게 하는 오염물질의 농도는 희석된다. 그것이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지름길일 수 있다.
사실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언제나 한 가지다. 인간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자연을 개발하는 행위 자체가 자연에 대한 공격으로 인간 스스로에 대한 파괴라는 논리에 갇혀 있다. 그래서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독단에 사로잡혀 항상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해왔다. 그들의 대안 없는 반대가 사회적 비용부담과 국민 불편을 얼마나 가중시켰고 국론을 분열시켰는지 우리는 이미 새만금 간척과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인천공항 건설 등에서 익히 경험해왔다.
하지만 이미 파괴된 자연을 어떻게 되살릴 것이냐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심각한 오류다. 그동안 개발의 결과로 오염과 환경파괴가 이뤄졌다면 그것을 복구해 원래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진실로 환경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 강은 이미 수십년의 산업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오염물질로 깊이 병들어 있다. 그런 강을 어떻게 치유해 하천생태계를 복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게 만들 것인지,변화무쌍한 이상기후로 빈번해지는 가뭄과 홍수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울산 태화강은 1990년대만 해도 썩은 물로 인해 '죽음의 강'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매년 전국수영대회를 여는 1급 수질의 생태하천으로 바뀌었다.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개발'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사례다.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들이 터널을 파면 산위의 늪이 말라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논리로 '도롱뇽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를 6개월이나 중단시켰지만,공사가 마무리된 지금 습지는 여전히 살아있고 지난 봄 웅덩이마다 도롱뇽과 그 알이 가득했다는 조사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