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왜 있어"…'오빠 믿지?' 앱 시끌
지난 19일과 20일 인터넷은 '오빠 믿지?'라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으로 떠들썩했다.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한 '오빠 믿지' 앱은 연인들끼리 서로 위치를 확인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신개념 위치 기반 서비스다. 이 앱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위치를 200m 범위 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일부의 경우엔 어느 건물에 있는지까지도 확인 가능하다. 무료 앱으로 출시되자마자 앱스토어 1위까지 오르는 등 사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버 과부하로 19일 오후 5시께부터는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확인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 기반 앱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사용자 주변의 지도를 보여주던 서비스들이 요즘엔 다른 사람과 위치를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게임도 즐기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자신의 정보를 얼마나 많이 공개했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위치 기반 앱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빠 믿지 앱이 대표적 사례다. 아이폰의 전원을 끄지 않는 이상 자신의 위치가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위치 숨김 기능을 갖고 있으나 이를 사용할 땐 상대방에게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를 전송,함부로 이용할 수도 없다.

자신과 상대방이 함께 앱을 설치하고 동의해야 서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조건은 있으나 부부,연인 사이에서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앱 설치를 놓고 여자친구,남자친구와 옥신각신했다는 인터넷 글도 다수 올라와 있다. 네티즌들은 "안드로이드폰용 앱은 제발 나오지 않길 바란다" "오빠 믿지 앱의 대항마인 배터리 급속 방전 프로그램을 깔자" "오빠를 믿으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는 반응까지 보였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위치 기반 앱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위치 추적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유용하고 편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휴대폰을 분실했을 때 위치 알림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자녀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위험한 곳에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위치 기반 앱도 많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최근 선보인 '스마트 다이얼' 앱은 전국 65만건 이상의 상호,업종 정보를 담아 주변 정보를 검색하고 바로 전화할 수도 있다. '클린업(Clean UP)'이란 앱은 주변 세탁소의 위치와 세탁물 견적까지 알려주며,'맛있는 배달' 앱을 이용하면 주변 음식점을 조회해 주문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치 기반 앱은 쓰임새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구태언 변호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사생활 유출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선 이용자 스스로 정보 공개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