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으로부터'이명박 정부는 한반도평화 훼방꾼'이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말한 것을 두고 20일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익을 훼손하는 이적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며 청와대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논란을 벌였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시 부주석이 지난해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왜 현 한국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남북 교류협력을 안 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명박 정부는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가 박 원내대표에 대해 추가 대응을 예고하면서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내 정치 목적으로 외교를 악용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이 같은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수석은 "역사적인 서울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여야를 떠나 초당적 협조를 해도 부족한 이 시점에서 이런 허무맹랑한 얘기로 대통령을 흠집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당시 면담 내용이 기록된 면담록을 상세하게 검토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주장한) 그와 같은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거짓말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 대통령뿐 아니라 시 부주석의 인격까지 모독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전현희 원내 대변인을 통해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며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이적행위'라는 오만한 청와대의 반응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전 대변인은 "동북아의 외교균형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 대통령이 평화적 남북관계에 임해주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이런 내용을 밝힌 것"이라며 "그런데 '이적행위'라니 정말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면담에 배석했던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시 부주석이 (한국의) 이전 정부처럼 북한과 화해 협력을 하면서 긴장 완화노력을 해야 하는데 새 정부(현 정부)는 그런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홍영식/김형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