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홍 반장 좀 말려주세요"
"홍 반장 좀 말려주십시오.좋은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 20일 국회에서 만난 한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다. '홍 반장'은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친근감있게 지칭하는 표현이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과 돌파력으로 눈길을 모으는 홍 최고위원을 적지 않은 의원들이 이렇게 부르고 있다.

요즘 '홍 반장'이 당내 서민정책특별위원회를 이끌면서 곳곳에서 논란을 빚자 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정계의 화두(話頭)로 떠오른 '상생' 및 '공정 사회'와 관련,파격적이고 돌출적인 정책 제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일례로 대출이자를 30% 수준에서 제한하는 방안은 정책의 수혜자가 돼야 할 서민계층의 자금줄을 오히려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반발에 부딪쳐 있는 상태다. 대부업체와 제2금융권의 일선 창구도 "서민특위 방안이 시행되면 수익률 하락을 피하기 위해 서민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시중은행들이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저신용 · 저소득층에게 대출토록 하는 방안은 '국회발(發)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민특위의 소위원회 중 하나인 택시대책위원회는 19일로 예정됐던 토론회를 열지 못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서울시내 버스조합원들이 버스전용차로를 택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민특위의 결정에 반발해 토론회장을 점령해 버렸기 때문이다. 서민특위의 정책이 보수냐 진보냐의 여부를 떠나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을 담다보니,현실화는커녕 분란만 키운다는 불만이 한나라당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홍 반장'의 행보가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서민친화적으로 바꾸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했을지 모르지만,서민특위를 개인의 정치적 입지강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홍 최고위원이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되지 못한 원인을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부족으로 분석한 것 같다"며 "정치인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기본적인 경제원리를 무시한 정책을 내놓으면 곤란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신영 정치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