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를 강타한 자문형 랩 돌풍이 서서히 잦아드는 것일까.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어선 뒤 조정양상을 보이자 자문형 랩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단숨에 뛰어오른 증시에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데다 자문형 랩의 수익률마저 시원찮은 탓이다. 서울 강남지역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사모펀드를 통한 대안찾기가 활발하다.

◆이달 자문형 랩 잔액 소폭 줄어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0대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3조2981억원(1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8614억원에 불과했던 10대 증권사 자문형 랩 잔액은 6월 말 2조4813억원,9월 말 3조2975억원으로 급증하다 이달 들어 정체되고 있다. 지난 8일(3조2422억원)에는 잔액이 9월 말보다 550억원 줄기도 했다. 자문형 랩의 상승곡선이 꺾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인기가 주춤해진 것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돌파한 데 부담을 느낀 자산가들이 성장주에 치중한 자문형 랩 신규 가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대현 우리투자증권 압구정동지점 PB는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올라 투자자들은 자문형 랩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며 "가입하려고 왔다가 보류하고 돌아간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익률이 신통치 않아 고수익 기대감이 꺾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H증권사가 판매하는 18개의 자문형 랩의 최근 3개월(19일 기준) 평균수익률은 4.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9%)을 2.4%포인트 밑돌았다. 이 증권사 지점장은 "이달 들어 자문형 랩 고객의 20~30%가 환매를 한 뒤 채권이나 주가연계증권(ELS)으로 갈아타고 일부만 다른 유형의 자문형 랩에 재가입했다"며 "최근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부진한 탓에 코스피 상승률 정도인 7~10%의 수익에도 바로 환매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모펀드로 대안투자 나서

자문형 랩의 인기가 시들해진 사이 사모펀드가 자산가들의 자금을 빠르게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6월에만 3조3000억원이 넘게 빠져나갔던 국내 사모펀드로 거액의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린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260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왔다. 성장주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과 달리 채권과 파생상품 등에 병행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지점 PB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고수익보다는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사모펀드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달 들어 증권사와 은행 PB들이 연계해 중국본토나 목표전환형 사모펀드를 모집 중인데 1억~3억원씩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장주 위주의 자문형 랩 수익률이 부진한 만큼 중소형주나 가치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유정섭 IBK투자증권 스타플라자 센터장은 "저평가된 가치주에 집중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많게는 10억원씩 가입하거나 수억원씩 추가 납입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다음 달에 같은 사모펀드를 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