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저녁 전격 단행된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독 국내 증시에서는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20일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불과 1시간30분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1.48%급락하고,이날 일본(-1.65%)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동반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국 증시가 '나홀로 강세'를 보인 것은 최근 이틀간 미리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데다 선물시장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개인들의 강한 대기매수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증시 나홀로 강세

국내 증시는 이날 개장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개장 30분 전 열리는 동시호가 거래부터 매도가 몰려 코스피지수는 1% 가까이 빠질 것으로 예측됐고 전문가들도 상당폭의 주가 하락을 점쳤다.

대우증권은 개장 전 발간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 인상은 경제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글로벌 공조가 균열됐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따라서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1800대 초반까지 하락하고,최악의 경우 1750 안팎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도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가 '성장'에서 '균형'으로 바뀌고 있고,금리 인상으로 경기 모멘텀(상승 요인)이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3.12포인트(0.71%) 오른 1870.44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의 상승 반전에 대해 전문가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리 조정받은 덕

한국 증시가 선전한 가장 큰 원인으로 18,19일 이틀간 코스피지수가 2.36% 빠지며 미리 조정을 받은 점이 꼽힌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15일 1900선을 재탈환했던 지수가 주초 1800대 중반까지 떨어진 상태여서 개인투자자들이 중국의 금리 인상이란 악재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개인은 547억원 순매수했다.

선물시장 외국인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포지션을 전환한 것도 지수 반등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은 최근 이틀간 2조239억원어치의 선물을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의 매도로 선물가격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진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차익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4449억원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1397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난 이틀과는 반대 방향(선물 매도,현물 매수)의 차익거래가 일어나 프로그램 매도 규모는 60억원에 그쳤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이틀간 선물 하락에 베팅했던 단기 투기 성향의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서 차익 실현에 나선 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투신권 모처럼 순매수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1613억원이던 주식형펀드 환매 규모가 이달 들어 하루 1039억원으로 줄어들자 투신권이 저가 매수에 가담한 것도 상승 반전에 적잖이 기여했다는 평가다. 투신은 이날 닷새 만에 '사자'로 돌아서 10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6월14일(1043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중국의 금리 인상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중국의 금리 인상은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인 것 같다"며 "이번 조치가 실물경기 회복세를 해칠 요인은 아니라는 판단에 기관들이 적극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동윤/박민제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