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법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여러 제한을 받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임상연구 및 관련 산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팀은 "전분화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s)의 신경세포 분화 유도법이 최근 영국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포럼(ISCF) 산하 국제줄기세포 이니셔티브에서 신경계통(외배엽) 분야 공식 프로토콜(표준 규약)로 채택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수십개 이상의 분화 프로토콜이 개발됐지만 그 가운데 한국에서 만든 것이 제일 우수함을 국제 공인기구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전 세계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전분화능 줄기세포주를 신경세포로 분화시킬 때 이 방법을 활용하게 된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시험관 내에서 미분화 상태로 무한히 증식시킬 수 있고,특정 조건 아래에서 원하는 종류의 모든 체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전분화능)을 갖고 있는 세포를 말한다.

분화는 줄기세포 같은 원시세포가 특정한 체세포의 특성을 갖는 일련의 과정인데,전분화능 줄기세포는 심장 · 망막 · 척수 등 손상이 생긴 조직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또 세포주 특성에 따라 각기 신경세포(외배엽) · 근육세포(중배엽) · 췌장 등 소화 및 호흡기관 세포(내배엽)로 분화하려는 특성이 있다. 다만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적절하게 분화하지 않은 상태로 동물이나 체내 이식을 하면 기형종(테라토마)이라는 암이 발생한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분화법이 가장 중요하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테라토마가 나타나지 않게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가장 성공적으로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로부터 파킨슨병 치료에 쓰일 수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세계 최고 수율인 85~90%로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종류의 전분화능 줄기세포인 역분화 줄기세포(iPS Cells ·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든 줄기세포)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2~3년 안에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향후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사람 등이나 파킨슨병 등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시범적으로 치료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김 교수팀은 현재 쥐 등 동물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