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경찰에 유류저장고 봉쇄해제 지시

연금개혁 입법안의 상원 표결을 앞두고 프랑스 노동계의 파업 시위가 9일째 이어지자 정부가 유류저장시설 봉쇄 해제작전에 돌입하는 등 노동계와 정부가 막바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밤 성명을 통해 시위대가 국가를 마비시키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을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 유류저장시설에 대한 노동자들의 봉쇄를 해제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TF1 TV 등 프랑스 언론이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일 오전 각의에서 "무질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국가를 마비시키려는 기도가 국가 경제를 파탄에 빠뜨려 결국에는 취약 계층이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연금개혁 입법을 계속 추진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은 19일 밤 사이 유류저장시설 3곳에서 봉쇄가 평화적으로 풀렸다고 말했으나 다른 한 곳에서는 노동자들이 바리케이드로 정문을 다시 봉쇄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미 정년 2년 연장과 연금 100% 수급 개시일 2년 연장 등 연금개혁 주요 조항을 통과시킨 상원은 21일이나 22일께 연금개혁 전체 법안에 대해 최종 표결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오전부터 정유노조의 파업과 트럭노조의 '달팽이 운행작전', 공항파업 등을 계속했으며 곳곳에서 충돌사태가 빚어졌다.

이날도 낭테르에서는 복면을 한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을 부수고 보도블록을 던지며 최루탄을 쏘는 경찰에 맞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파리 인근 오를리공항으로 이어지는 2개 도로 중 1개를 봉쇄했으며, 국영철도(SNCF) 노조의 파업이 이어져 초고속열차(TGV)의 3분의 1이 운행되지 않았다.

전국 1만2천700여 곳의 주유소 가운데 3분의 1에서 기름이 바닥나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경찰은 지난 1주일간 폭력시위로 경찰관 62명이 부상했다면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1천423명을 체포, 이 중 123명에 대해 사법처리하기로 했다고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이 밝혔다.

프랑스 재경부는 2007년 2주간 파업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 하락했다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하루 파업으로 3억유로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정부는 연금개혁 입법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다른 개혁법안들을 추진하기 위해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노조들의 입장을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