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에 이어 애플 본사도 한국 국회에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국내 A/S정책에 대한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5일 열렸던 정무위 감사 당시 박정훈 애플코리아 홍보 부장이 이와 관련해 증인으로 참석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이번 확인감사에는 본사 아이폰 서비스 부문의 패럴 파하우디 시니어 디렉터가 직접 나와 리퍼폰 제공, 유상수리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AS문제에 대해 답변을 했다.

애플이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무리한 AS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격앙된 분위기에 파하우디 디렉터는 답변마다 "존경하는 의원님"을 붙여가며 설명을 했다.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서나 수준높은 동일한 AS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는 애플의 기본 입장만은 결코 바꾸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애플은 왜 한국 소비자 기본법을 지키지 않고 아이폰에 문제가 발생할 시 리퍼폰을 제공하냐"면서 "리퍼폰도 새 제품인가"라고 질의했다.

파하우디 디렉터는 "(존경하는 의원님) 애플은 법률자문을 통해 한국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법률자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법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에 "삼성, 엘지 등 국내업체는 물론이고 외산업체의 경우도 국내에서 소비자 분쟁기준을 따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애플은 제조 상 하자가 있어도 자사의 기준을 벗어난 경우 유상 수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침수될 경우에는 보상 자체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13살 짜리가 소송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질타했다.

파하우디는 "다른 제조사들의 AS정책은 알지 못한다. 우리의 초점은 한국 고객들에게 높은 수준의 AS를 제공하는 것 뿐이다. 또 한국에서 가장 지명도 있는 스마트폰으로서의 아이폰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 의원은 또 애플이 한국과 미국에서 AS정책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예컨대 데스그립 논란에 따라 무상제공키로 한 아이폰4 범퍼 제공에 있어서도 미국과 한국이 다르다는 것.

유 의원은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소비자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애플 파하우디 디렉터는 "우리 AS 정책은(범퍼 제공을 포함해)어느 국가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언제나 투명한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함께 자리 한 나석균 KT 본부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 본부장은 "미국은 애플 직영스토어에서 제공하는 AS와 이통사인 AT&T에서 하는 AS가 약간 다르다"면서 "하지만 아이폰4로 넘어오면서 한국도 미국, 일본 등과 같이 부분수리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KT는 앞으로도 소비자 요구에 따라 최대한 애플에 건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 "범퍼 제공 한국 미국 왜 차별하나"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파하우디 디렉터에게 "KT로부터 AS정책과 관련해 이의제기나 회의요청을 받은 적이 있나"고 질의했다. 파하우디 디렉터가 원론적인 답변을 늘어놓자 권 의원은 "예스 또는 노우로만 말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파하우디는 "애플과 KT는 지속적으로 AS와 관련해 의논을 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도 애플공인서비스센터를 개설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잇지만 이는 KT의 일방적인 요청이 아닌 논의과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또 "중국에서는 아이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제품으로의 교환이 가능하도록 하고 한국에서는 리퍼폰을 제공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파하우디는 "중국법이 한국과 달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서 "또 중국 내에서는 애플이 운영하는 판매점이 따로 있다. 만약 한국에서 애플 판매점이 생긴다면 그에 맞게 AS정책을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정석 의원은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애플 AS가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또 그렇지 않다면 이에 대해 조사할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정 위원장은 "애플의 AS정책이 불공정약관에 해당하는지 계속 모니터링 해오고 있다. 또 한국이 미국, 중국과 차이가 있는 지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어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내에서 아이폰AS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애플의 정책이 국내 소비자 분쟁 기준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제품 구입 후 10일 내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1개월 안에 문제가 생기면 교환이나 무상수리를 해주도록 돼있다.

그러나 애플의 AS 정책은 리퍼폰으로 교환해주는 방식. 아이폰4 출시와 함께 일부 부분수리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변경했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리퍼폰 제공을 고집하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