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 생명이라도…" 나치시대 쉰들러는 한 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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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의 숨은 영웅들 | 토마스 J.크로웰 지음 | 김영진 옮김 | 플래닛미디어 | 432쪽 | 2만2000원
부정·불의에 침묵하는 현대인들
나치 만행 방관했던 독일인과 닮아
부정·불의에 침묵하는 현대인들
나치 만행 방관했던 독일인과 닮아
"사람들이 짐승처럼 취급당하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어요. 어린이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못 본 척 할 수도 없었고요. "
제2차 세계대전 중 외교관 신분을 사칭해 유대인들을 구해낸 이탈리아인 조르조 펠라스카는 전쟁이 끝난 뒤 유대인들을 구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거대한 소명의식이 아니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소박한 감정이었다. 인간의 위대함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이웃의 슬픔에 동조할 수 있는 작은 마음과 행동가짐이다. 그래서 펠라스카는 참으로 위대한 영웅이다. "한 생명을 구했다면,그것은 온 세상을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는 탈무드의 경구처럼.
《2차대전의 숨은 영웅들》은 2차대전 중 유럽과 아시아에서 목숨을 걸고 인명을 구한 영웅들의 이야기다. 전쟁 영웅이라면 흔히 장군과 지휘관을 떠올리지만 타인의 인명을 구한 평범한 시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이 책은 소개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가 대표적일 것이다. 독일인 실업가인 그는 1000여명의 유대인을 자신의 공장에 고용해 목숨을 구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유대인 아동들을 영국으로 이주시키는 '킨더 트랜스포트(아동 수송)' 조직과 협력자들,유대인 난민들이 중립국을 거쳐 안전한 곳으로 가도록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면서 비자를 발급했던 보르도 주재 포르투갈 영사,로마 내 유대인들을 보호하고 나치에 대항하라고 고무했던 교황 비오 12세,남편을 게슈타포(독일 비밀경찰) 손아귀에서 구출하려고 대담한 계획을 세운 여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망라한다.
이들은 대단한 용기뿐 아니라 뛰어난 지략을 겸비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평범한 남녀가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을 감수했다는 사실이다. 전쟁과 폭력 앞에서 이런 용기를 발휘한 의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전한다. 동시에 불의에 침묵하는 방관자의 존재에 대해 우리 자신에게 되묻는다.
전쟁 중 나치가 가해자였고 유대인이 피해자였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영웅들은 구원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류는 나치의 만행에 침묵했던 방관자들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침묵했던 대다수 독일인은 '몰랐다'거나 '못봤다'고 스스로를 기만했다. 악의 꽃은 방관자들 틈새에서 자라났다. 가해자가 '악'이라면 방관자는 '악의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부정과 불의를 묵인한 채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숨은 영웅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말이다. 이 책을 쓴 동기에 대해 저자는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제2차 세계대전 중 외교관 신분을 사칭해 유대인들을 구해낸 이탈리아인 조르조 펠라스카는 전쟁이 끝난 뒤 유대인들을 구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거대한 소명의식이 아니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소박한 감정이었다. 인간의 위대함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이웃의 슬픔에 동조할 수 있는 작은 마음과 행동가짐이다. 그래서 펠라스카는 참으로 위대한 영웅이다. "한 생명을 구했다면,그것은 온 세상을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는 탈무드의 경구처럼.
《2차대전의 숨은 영웅들》은 2차대전 중 유럽과 아시아에서 목숨을 걸고 인명을 구한 영웅들의 이야기다. 전쟁 영웅이라면 흔히 장군과 지휘관을 떠올리지만 타인의 인명을 구한 평범한 시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이 책은 소개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가 대표적일 것이다. 독일인 실업가인 그는 1000여명의 유대인을 자신의 공장에 고용해 목숨을 구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유대인 아동들을 영국으로 이주시키는 '킨더 트랜스포트(아동 수송)' 조직과 협력자들,유대인 난민들이 중립국을 거쳐 안전한 곳으로 가도록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면서 비자를 발급했던 보르도 주재 포르투갈 영사,로마 내 유대인들을 보호하고 나치에 대항하라고 고무했던 교황 비오 12세,남편을 게슈타포(독일 비밀경찰) 손아귀에서 구출하려고 대담한 계획을 세운 여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망라한다.
이들은 대단한 용기뿐 아니라 뛰어난 지략을 겸비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평범한 남녀가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을 감수했다는 사실이다. 전쟁과 폭력 앞에서 이런 용기를 발휘한 의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전한다. 동시에 불의에 침묵하는 방관자의 존재에 대해 우리 자신에게 되묻는다.
전쟁 중 나치가 가해자였고 유대인이 피해자였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영웅들은 구원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류는 나치의 만행에 침묵했던 방관자들이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침묵했던 대다수 독일인은 '몰랐다'거나 '못봤다'고 스스로를 기만했다. 악의 꽃은 방관자들 틈새에서 자라났다. 가해자가 '악'이라면 방관자는 '악의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부정과 불의를 묵인한 채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숨은 영웅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말이다. 이 책을 쓴 동기에 대해 저자는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