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요소 중 하나인 위기관리 능력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미국식 금융 시스템과 신용 붕괴로 터져 나온 외부 충격파에 자체 부실과 상관없이 무너진 기업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최적의 리스크 헤지(회피) 기법과 비상경영 시스템을 연구하는 움직임이 근래 들어 더욱 활발해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국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촌 전체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는 까닭에 홍수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경기 침체 등 '슈퍼 리스크'도 한순간 공동과제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를 예측하고 돌파할 수 있느냐 여부는 국가별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잭 맥두글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 부위원장(46)은 그런 점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중대한 시험대'라고 규정한다.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경쟁력 전문가'인 그를 이메일로 만나봤다.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더블 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 우려도 적지 않은데.

"미국과 유럽의 부진한 경제가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을 깎아먹는 구도가 될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4.2%로 낮췄다. 선진국은 올해 2.7%에서 내년 2.2%로 훨씬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신흥국은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문제는 미국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더블 딥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선 금리가 낮다. 기업들은 현금이 많고 은행도 자금 운용을 잘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소비 수요 증가가 미국과 유럽의 수출산업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

▼글로벌 불균형이 금융위기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해소할 방안은 없나.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불균형 해소에 힘을 모으지 못하면 경기 회복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도 계속해서 불안정할 것이다. 재정 및 무역적자가 심각한 국가들은 수출을 크게 늘리고,큰 폭의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는 내수를 더 진작하고 설비투자를 늘려야 한다. 중국은 저축률이 50%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제로에 가깝다. 위안화 절상은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

▼G2(미국 · 중국) 간 환율전쟁에 대한 전망은.

"중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접근법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인프라와 보건복지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또 느리긴 하지만 환율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미국도 빨리 해결을 봐야 하는 만큼 결국에는 서로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것이다. "

▼재정 안정과 경기 회복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재정 안정은 장기 과제가 돼야 한다. 적자예산은 경기침체기에 효과적이지만,제한적이고 단기적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지속적인 적자예산은 저축률을 낮추고,신용 확대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맡긴 가계재정의 상당 부분이 공장이나 생산설비 등에 투자되기보다는 국채 투자에 쓰인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되면 생산과 소득이 낮아진다. 막대한 정부 재정적자는 경제성장을 제한하고,재정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떨어져 국채 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증세는 도움이 안 된다. 침체기에는 감세를 하는 것이 경기 회복을 촉진한다는 게 역사의 경험이다. "

▼지난해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글로벌 사회의 주도권이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화가 지구촌의 파워축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신흥국가들의 발언권도 더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많은 분쟁과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부패와 공해 문제부터 투명성,지식재산 침해,환율 변동성 등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G20 회의는 국제적으로 잘 조율된 금융위기 해소법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독점성과 투명성 부족 등은 비회원국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G20 회의가 유엔(UN)과 IMF,세계은행(WB) 등의 권위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세계에 경제위기가 다시 닥친다면 어디서 어떤 이유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소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 수준에 육박한 미국과 비슷한 나라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이탈리아 인도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이다. 미국 국가채무는 현재 14조달러에 달하는데 매년 1조달러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지급 비용만 올해 4000억달러에 이른다. 국채 보유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달라고 하거나,헐값 처분에 나서면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각종 사회보장제로부터 발생한 미적립 부채가 45조~50조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

▼인적 자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몸값이 가장 높아질 산업 분야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인력 수요는 세계적으로 크게 늘고 있다. 상당 기간 국가 간 기술 격차가 지속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향후 20년간 미국이 직면하게 될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인력 부족이다. 7000만명이 노동시장을 떠나는 반면 신규 유입은 4000만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미국은 잘 훈련된 노동력을 계속해서 필요로 한다. 보건복지와 공학,과학 연구,농업,제조업,정보통신,토목 건축 등의 분야는 여전히 기술인력이 부족하다. "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통계의 달인' 잭 맥두글

잭 맥두글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 부위원장은 '통계의 달인'으로 불린다. 상무부 경제통계청과 국제무역청 등을 거치면서 각종 경제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정책 변화가 미국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자문하는 역할을 했던 경력 때문이다. 정밀한 수치분석이 필수인 이 같은 경험은 민간 분야에서 쌓은 비즈니스 전략기획 컨설팅 경험과 융합되면서 맥두글 부위원장을 세계적인 경쟁력 전문가로 만든 바탕이 됐다. 미국 뉴잉글랜드대(정치외교)를 나와 보스턴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맥두글 부위원장은 상무부 부차관보로 재직할 당시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및 시행에 힘을 쏟았다. 국무부 근무 시절인 2004년에는 워싱턴에서 열렸던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때 외국 대표단 참석과 의제를 총괄 조정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