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피업계가 호황기를 맞았다. 패션업계 전반에 모피가 트렌드로 급부상한 데다 지난해 불어닥친 이상기온 현상으로 모피의류가 방한용으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전날까지 모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진도모피 엘페 등을 보유한 국내 모피 전문업체 진도도 올 들어 전날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0% 증가했다. 비수기인 지난 여름에도 판촉행사를 통해 준비한 물량의 대부분이 팔렸다는 게 진도 측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모피 시즌을 맞아 업체마다 모피의류를 늘려 내놨고,국내 명품 수입업체 웨어펀인터내셔널은 100년 전통의 프랑스 모피 브랜드 이브살로몽을 국내에 새로 들여왔다.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소재를 결합한 모피의류가 대거 출시됐다. 무겁고 둔탁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가볍고 실용적인 아이템이 주류를 이룬다.

롯데백화점은 진도모피 우단모피 등과 함께 동일 품질의 상품보다 50%가량 저렴한 모피 직매입 상품 20억원어치를 최근 내놨다. 글로벌 모피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탈리아 명품 펜디는 악어가죽,러시안 세이블(흑담비),밍크 등 7종의 고급 모피 소재를 이어 만든 코트를 주력 상품으로 선보였다. 지난 15일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문을 연 프랑스 럭셔리 모피 브랜드 이브살로몽에선 캐시미어와 밍크가 섞인 카디건 코트와 골프 스키 등 레저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해 활동성을 강조한 양면 모피 점퍼를 인기 아이템으로 지목했다. 퓨어리에서는 파이톤(뱀피)과 세이블,링스(시라소니),밍크,폭스,캐시미어 등 고가의 소재를 다양한 형태로 결합한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모피 컬러와 길이 종류 등을 여러 가지 섞어 볼륨감을 강조한 와일드 퍼 제품들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됐다. 이유형 퓨어리 실장은 "브랜드마다 고유의 디자인과 특수제작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모피 소재의 특성을 극대화한 제품이 많다"고 분석했다. 진도의 '엘페'는 밍크 외에 다람쥐,비버 등 기존에 많이 사용하지 않던 모피 소재를 활용했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어서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라는 설명이다.

한 모피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업체마다 창고에 쌓아뒀던 모피 재고들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올초 열린 원피 경매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20~30% 상승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