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임대보증금이 오를 전망이다. 임대보증금을 책정하는 SH공사가 작년 말 기준 16조원을 웃도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임대료를 매년 법정 상한선까지 올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무주택 서민용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시프트도 전세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프트 임대료 재계약 때 10% 오른다

21일 최철국 민주당 의원(김해 을)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울산 북구)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에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이란 이름의 이 보고서에서 SH공사는 "지속적인 임대료 동결로 사업수지가 악화됐다"며 "매년 법정 상한선까지 임대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SH공사의 임대주택 가운데 도시계획철거민 저소득층 등에 공급된 임대주택은 임대료를 올리기가 어려워 전세형 시프트가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SH공사가 법정 상한선까지 임대료를 높이면 현재 시프트 입주자는 재계약 때 보증금을 지금보다 최고 10% 올려줘야 한다. 시프트 기존 거주자의 임대보증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아 연간 인상폭은 5%를 초과할 수 없다. 계약기간 2년을 감안하면 재계약 때 인상률은 최대 10%에 이른다.

보고서대로 SH공사가 임대료를 올리면 은평뉴타운 전용 84㎡ 시프트 거주자의 임대보증금은 현재 1억5200만원에서 2년 뒤 재계약 때 1억6700만원으로,다시 2년 뒤엔 1억8370만원으로 각각 오른다. 시프트는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SH공사는 발산 2 · 3단지,송파구 장지 10 · 11단지 등 서울시내 7개 시프트 단지 786채의 임대보증금을 입주 2년 만인 작년 10월 5%씩 일괄 인상한 바 있다.

◆새로 공급하는 시프트도 영향

SH공사가 신규 공급하는 시프트의 임대료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신규 공급물량은 임대주택법이 정한 대로 주변 시세의 80%까지 임대보증금을 책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SH공사는 주변 전세 시세의 70% 안팎을 적용해 공급했으나 부채를 고려,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완식 SH공사 홍보처장은 "시프트는 영세민이나 저소득자보다 중산층이 많이 거주해 법정 상한선까지 올려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SH공사가 법정 상한선까지 임대료를 인상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신규공급 시프트의 임대료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주변 전셋값이 시프트 임대료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당첨자 미계약 등으로 재분양한 서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 시프트는 작년 6월 2억2366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1% 오른 2억9300만원에 세입자를 받았다. 주변 전셋값 상승으로 시프트 임대보증금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조 의원은 "전셋값 급등 시기에 시프트 임대료를 올린다면 서민 주거안정 대책용으로 보기 힘들다"며 "SH공사가 시프트를 재무구조 개선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시프트 임대료 결정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감에서 "시프트 가격 인상은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