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넘기는 보유분 3%뿐…제도개선 노력 뒷전

인기 파생상품인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거대한 투기장으로 변모한 가운데 증권사 등 금융기관만 배를 불리고 있다.

2005년 말 ELW 시장 개장 당시에 제시된 소액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와 위험분산이라는 장밋빛 기대효과도 점점 바래지고 있다.

22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12월 개장한 ELW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2006년 말 2천310억원, 2007년 말 1천655억원, 2008년 말 3천298억원, 지난해 말에는 1조745억원 등으로 급증했고 이달 들어서는 2조원을 돌파했다.

개장시 34개였던 상장종목도 2006년 말에는 1천387개, 2007년 말 1천646개, 2008년 말 2천613개, 지난해 말 4천367개 등에 이어 올해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가 이달에는 8천개를 넘어섰다.

ELW 시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한국거래소는 상장 수수료, 한국예탁결제원은 예탁 수수료, 금융감독원은 발행 분담금 등 관련기관의 수익도 쏠쏠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매매거래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위탁 수수료를 챙긴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하는 ELW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해마다 거액의 손실을 보고 있으나 ELW 유동성 공급자(LP)로 참여하는 증권사들은 운용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달 현재 발행사는 20개, LP로는 26개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5천18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지난 4년 손실액이 1조원을 넘었다.

이에 반해 LP인 증권사들(1천789억원)과 하루 100회 이상 초단타매매를 하는 스캘퍼(1천43억원), 외국인(593억원), 한국거래소(180억원) 등은 지난해 대규모 수익을 올린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2005년 12월 ELW 시장을 개설하면서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비싼 우량주식을 거래할 기회를 주고, 현물주식 거래에 대한 위험분산(헤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바랄 수 없게된 셈이다.

1만원 이하의 소액거래가 가능하고 가격제한폭(상.하한가)이 없는 시장특성을 이용, 투자자들이 ELW 시장에서 사들인 종목을 대부분 당일에 되파는 '단타 매매'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ELW 시장에서 최근 거래동향을 살핀 결과, 투자자들이 매수한 뒤 하루를 넘기는 금액은 ELW시장 시가총액의 3%에 불과했다"며 "ELW시장의 거의 모든 거래가 그날 샀다가 그날 파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LW 시장에 상장된 증권의 하루 회전율은 2008년 말 5.86%에서 지난해 말에는 13.14%, 지난 15일에는 14.91%로 높아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종목 회전율은 1% 안팎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ELW 시장에서의 거래 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ELW 시장은 실물경제에 자금을 중개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먼 '개미들의 투기장'으로 변했다"면서 "이런데도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제도개선 대신 ELW 시장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공공기관인 거래소가 ELW 시장의 설립 취지와는 달리,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투자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거래소와 증권사 등 금융유관기관의 수익성 제고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6일 일반 ELW에 조기 종료 조건을 부여한 새 주식워런트증권 상품인 'KOBA워런트(조기종료 ELW)' 시장을 개장, 국내 ELW 시장을 더욱 키웠다.

금융위원회는 ELW 관련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표> ELW 상장종목.거래대금 추이
(단위: 개, 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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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도*│상장종목│일거래대금│ 시가총액 │증권회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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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387 │ 2,310 │ 38,259 │ 5.79 │
├───┼────┼─────┼─────┼─────┤
│2007년│ 1,646 │ 1,655 │ 48,428 │ 5.43 │
├───┼────┼─────┼─────┼─────┤
│2008년│ 2,613 │ 3,298 │ 47,009 │ 5.86 │
├───┼────┼─────┼─────┼─────┤
│2009년│ 4,367 │ 10,745 │ 75,938 │ 13.14 │
├───┼────┼─────┼─────┼─────┤
│2010년│ 7,769 │ 20,271 │ 165,868 │ 14.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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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연말 기준, 2010년은 10월15일 기준 자료:한국거래소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