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비(非)우량 기업들의 회사채(CB, BW)를 사들여 수익을 올리는 곳으로 유명한 독일계투자전문사 피터벡앤파트너(Peter Beck&Partner)가 최근 MC 강호동 소속사인 스톰이앤에프(옛 디초콜릿)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상장사는 최근까지 강호동(계약중), 유재석, 김용만, 윤종신(이상 계약해지 통보) 등 유명 연예인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던 엔터테인먼트업체로, 피터벡은 3년전인 2007년부터 이곳의 BW(워런트 포함)를 꾸준히 매입한 뒤 이를 이용해 이 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했다.

피터벡은 증시에서 원금이 보장되는 CB와 BW 등에 주로 투자한 뒤 주가가 오르면 비싼 가격에 CB와 BW콜옵션(워런트) 등을 행사해 이득을 챙기거나, 주가하락시에는 최대주주로 나서 경영권을 매각하는 수법을 주로 구사한다. 피터벡은 이때 기존의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피해를 전혀 개의치 않고 투자판단을 내려 시장에선 '피터벡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피터벡은 지난 19일 현재 스톰이앤에프의 신주인수권표시증서 1796만주와 보통주 128만8878주(지분 21.04%)를 나눠 보유 중이다. 만약 피터벡이 보유중인 BW를 모두 보통주로 바꿀 경우 보유지분은 약 79.92%에 이른다.

피터벡이 이렇게 많은 지분을 한꺼번에 사 놓은 것은 아니다. 몇 년간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확보해 둔 BW의 보통주 전환가격이 최초 발행 당시(2000원선)보다 절반 이상 싸진 500원(액면가)으로 낮아진데다 이 BW를 엔화로 매입해 최근 엔화강세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는 덕분이다. 워런트의 전환가액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재조정(리픽싱)된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던 2007년, 피터벡은 스톰이앤에프가 발행한 5억엔 규모의 BW 발행에 참여했다. 발행 당시 원·엔환율은 100엔 당 765원. 21일 지금은 100엔 당 1389원이다. 피터벡은 역시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피터벡은 지난 6월께 스톰이앤에프 측에 5억엔 규모의 BW를 상환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스톰이앤에프는 이 채무에 대한 조기상환을 이행하지 못했고, 피터벡은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선포, 결국 경영권을 장악해 버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스톰이앤에프의 현재 주가는 290원에 불과해 전환가격이 500원짜리인 BW 워런트를 행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대규모 물량을 장내에서 팔아치우기 보다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노려 회사를 팔아치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중소 상장사들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정해진 계산법이 없어 피터벡이 소유한 신주인수권 가격이 몇 배로 뛸 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면서도 "피터벡이 인수한 기업들을 회생시키기 위해 경영상 노력을 했던 적은 사실 없다"고 꼬집었다.

보통주로 전환해 장내에서 '물량폭탄(대량매도)'을 던질 가능성이 낮다면 장외에서 BW만 매도할 가능성도 크다. 피터벡은 또 다른 상장사 스멕스의 BW 1600만주 가량을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장외에서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스멕스는 현재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으나, 이의신청을 제기해 개선기간이 부여된 상황이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