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 난양시에서 지난 4월 열린 모델 선발대회 지역예선엔 90세의 장민 할머니가 참가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장 할머니는 "지금까지 모델 선발대회 참가자 중 내 나이가 가장 많을 것"이라며 젊은이들 틈에서도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고 한다. 누가 할머니라고 부르면 '언니'로 칭해달라고 농담을 할 만큼 성격이 활달하고 낙천적이다. 이 정도면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바타 도요라는 99세의 일본 할머니가 낸 시집 '약해지지 마'가 70여만부나 팔리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엔 한국어 번역본도 나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아온 할머니가 시를 쓰기 시작한 건 90세부터다. 취미이던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자 아들의 권유로 쓰게 됐다고 한다. 일간신문 아마추어 시 코너에 소개된 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올 1월 정식으로 시집을 냈다.
할머니의 시는 쉽다. 한 세기를 살아오면서 지진 실명위기 이별 배신 등 온갖 풍파를 겪었지만 이 모두를 작고 따뜻한 행복으로 녹여낸다. '이번 주는/간호사가 목욕을/시켜 주었습니다/아들의 감기가 나아/둘이서 카레를/먹었습니다/며느리가 치과에/데리고 가/주었습니다/이 얼마나 행복한/날의 연속인가요/손거울 속의 내가/빛나고 있습니다'('행복')
할머니는 요즘도 새벽 5시면 일어나 몸 단장과 집안 정리를 한다. 낮엔 공과금을 내거나 장을 보고,시는 주로 밤에 쓴다. 시속에는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깃들어 있다. 스스로에게,또 독자에게 인생은 언제라도 지금부터이니 씩씩하게 살아내라고 꾸밈없이 일러준다. '괴로운 일도/있었지만/살아 있어서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