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인 웨슬리 브라운 미국 캔자스주 연방지법 판사는 요즘도 사건을 맡는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48년째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한쪽 코에 튜브를 꽂고 산소를 공급받으면서도 법정을 지휘하는 몸짓은 젊은 판사 못지 않단다. 기력이 달려 재판기일이 짧은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하지만 주변에선 판단력과 논리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에 대한 그의 신념은 아직 확고하다. "얼마나 더 오래 일을 할지 보다 얼마나 더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만 신경을 씁니다. "

중국 허난성 난양시에서 지난 4월 열린 모델 선발대회 지역예선엔 90세의 장민 할머니가 참가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장 할머니는 "지금까지 모델 선발대회 참가자 중 내 나이가 가장 많을 것"이라며 젊은이들 틈에서도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고 한다. 누가 할머니라고 부르면 '언니'로 칭해달라고 농담을 할 만큼 성격이 활달하고 낙천적이다. 이 정도면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바타 도요라는 99세의 일본 할머니가 낸 시집 '약해지지 마'가 70여만부나 팔리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엔 한국어 번역본도 나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아온 할머니가 시를 쓰기 시작한 건 90세부터다. 취미이던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자 아들의 권유로 쓰게 됐다고 한다. 일간신문 아마추어 시 코너에 소개된 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올 1월 정식으로 시집을 냈다.

할머니의 시는 쉽다. 한 세기를 살아오면서 지진 실명위기 이별 배신 등 온갖 풍파를 겪었지만 이 모두를 작고 따뜻한 행복으로 녹여낸다. '이번 주는/간호사가 목욕을/시켜 주었습니다/아들의 감기가 나아/둘이서 카레를/먹었습니다/며느리가 치과에/데리고 가/주었습니다/이 얼마나 행복한/날의 연속인가요/손거울 속의 내가/빛나고 있습니다'('행복')

할머니는 요즘도 새벽 5시면 일어나 몸 단장과 집안 정리를 한다. 낮엔 공과금을 내거나 장을 보고,시는 주로 밤에 쓴다. 시속에는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깃들어 있다. 스스로에게,또 독자에게 인생은 언제라도 지금부터이니 씩씩하게 살아내라고 꾸밈없이 일러준다. '괴로운 일도/있었지만/살아 있어서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