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실질비중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저축은행 수준에 근접했다는 금융당국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 부동산 PF 대출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PF 대출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스페인 저축은행 위기의 전말과 국내 상황 대비 비교'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총자본에서 총부채를 제외한 실질자본 대비 PF 대출 비중은 216.7%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아 재정위기에 빠진 스페인 저축은행의 실질자본 대비 PF 대출 비중(273.6%)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스페인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부문 과다 대출로 2개 저축은행이 국유화됐고 45개 저축은행 가운데 39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와 74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22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세미나를 열고 저축은행중앙회가 개별 저축은행 PF사업장의 월말 잔액,사업 진행 상황,연체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데 합의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와 개별 PF사업장의 연체 진행 상황을 비롯해 시공사 지급보증과 건전성 분류 현황 등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저축은행에 통보해 줄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PF 대출에 대한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총 11조9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7월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 채권 3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개별 저축은행과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이익단체에 머물기보다 PF 부실을 막는 자율 규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자율규제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건전한 영업질서 유지,거래자 보호,민원 및 분쟁의 자율 조정 등을 맡게 된다. 아울러 영업상 이상 징후가 발견될 때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주는 '영업 상시 경고시스템(warning system)'도 구축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기존 햇살론 외에 중장기적으로 업계 공동의 서민금융 상품 개발 및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에 사전신용평가(ASS)뿐만 아니라 사후관리시스템(BSS)을 도입해 소액신용대출에 특화된 CSS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편 저축은행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영업구역 내 의무 대출 비율(50%) 예외 적용 △서민금융에 대한 건전성 기준 완화 △점포 설치 규제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