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박지원…정치인 경계 1호는 역시 '舌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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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응분의 책임져야" 총공세
과거에도 곤욕치른 정치인 많아
과거에도 곤욕치른 정치인 많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설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가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 훼방꾼 노릇을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권의 파상공세 속에 중국 정부까지 이례적으로 공식 부인하고 나서면서 후폭풍에 직면한 것이다.
여당은 공세를 계속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도발적인 발언을 해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국민과 대통령,우리나라와 중국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은 볼 필요가 없다"며 여전히 '사실을 말한 것이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번 일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느냐 후퇴시키느냐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는데 그런 본질은 외면한 채 특정 표현에 매달리면 안 된다"고 옹호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박 원내대표가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박 원내대표가 말로 곤경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여권의 핵심 인사가 자신에게 비공개 인사청문회를 제안했다는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와 한바탕 공방을 벌였다.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는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 당내에 진위 논란을 야기했다.
정치권에서 '설화'는 위기를 불러오는 단골 메뉴다. 불과 3개월 전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직업과 여성을 비하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제명 조치를 당했다. 안 대표는 '봉은사 외압설'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노인 비하' 발언으로 커다란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최연희 의원은 여기자 성 추행에 이어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는 말실수까지 겹쳐 제명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 박 원내대표의 설화는 외교적 파장까지 불러왔다는 점에서 다른 사안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한 반응을 내놓은 데는 차기 국가 지도자인 시 부주석이 한국 내 정치싸움에 이용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못마땅하더라도 외교적 금기를 깬 것은 잘못한 것"이라며 "뒤늦게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수습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