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버스 트럭 등의 상용차를 직접 생산,판매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샹그릴라 호텔에서 쓰촨난쥔(四川南駿)자동차와 합작 협의서를 맺었다. 두 회사는 50 대 50의 지분율로 내년 초 쓰촨현대자동차(가칭)를 설립해 중국 전역에서 트럭과 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생산과 판매,연구 · 개발(R&D) 등이 모두 현지에서 이뤄진다. 전체 투자 규모는 5000억원이다.


현대차는 내년 중국 시장에 9만대의 상용차를 판매하고 2015년 30만대 수준으로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현대차의 중국 상용차 시장 점유율은 5%대로 높아진다.

1998년 설립된 난쥔자동차는 전 상용차종을 생산하는 중국 11위 규모의 상용차 업체다. 쓰촨성 청두 자오양에 2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12만대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중국,글로벌 상용차 업체 경연장으로

현대차가 상용차 합작법인을 중국에 세우기로 한 것은 가파른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미 승용차 시장에서 미국을 넘어선 중국은 상용차에서도 올해 예상판매 규모가 450만대로 세계 최대다. 2015년에는 시장 규모가 55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 · 기아차를 포함한 글로벌 메이커들은 지금까지 승용차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과거 군용트럭 등을 만든 경험이 있는 현지 업체들이 상용차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쓴 것이다.

하지만 2,3급 도시 개발이 가속화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고급형 버스와 트럭에 대한 수요가 늘며 벤츠,볼보,도요타 등 해외 메이커와 상용차 생산합작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상용차 업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그룹인 독일 다임러(푸저우다임러),독일 상용차 업체 만(우룽만),일본 상용차 메이커 히노(광치히노),일본 도요타(쓰촨도요타),스웨덴 볼보(시안볼보) 등이다. 도요타는 현대차와 같은 쓰촨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향후 현대차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의 경쟁력은 합리적 가격

현대차는 독일이나 일본 업체와 엇비슷한 품질을 갖춘 상용차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다. 상용차는 개인이 주 고객인 승용차와 달리 법인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승용차보다 높다.

현대차는 차량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난쥔자동차의 생산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기존 난쥔자동차 차량의 상품성과 성능을 집중적인 R&D 활동을 통해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다만 고급 상용차 생산을 위한 공장은 별도로 건설키로 했다. 새로 설립되는 공장에서 중국 상황을 고려한 현지형 모델들을 개발해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최한영 현대차 상용사업담당 부회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차가 종합 자동차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용차 시장 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서부대개발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중서부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방법으로 시장 선두 업체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은 "현대차의 기술과 경험에 난쥔자동차의 안정적 시장 기반이 더해지면 이른 시일 내에 주목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가 중국 동부 해안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쓰촨성 지역의 업체를 사업 파트너로 고른 것은 시장 잠재력을 감안해서다. 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지역에 공장을 세워야 서부대개발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