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몰려오는 헤지펀드…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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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헤지펀드가 최근 들어 빠르게 부활하고 있다.
헤지펀드 조사 · 자문업체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투자원금 규모는 1조80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금융위기 직전에 1조200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단 투자원금 규모가 위기 직전보다 50%가량 급증한 셈이다.
최근 들어 헤지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무엇보다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헤지펀드 활동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헤지펀드가 활동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른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위기극복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지금은 7부 능선을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력한 규제 속에도 위기 전보다 투자원금이 급증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와 중국 등 신흥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한다. 갈수록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보는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위기 후 퇴장됐던 통화가 서서히 시중에 방출되는 것도 유동성을 부풀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또 다른 상징인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 금액)은 투자원금 규모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각종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평균 5배 안팎으로 파악된다. 위기 직전 한때 15배에 달했던 데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위험자산을 가장 먼저 투자하는 '스마트성'과 '투기성'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여러 요인 가운데 미국의 단일금융개혁법이 추진된 것과 가장 연관이 높다. 그중에서도 핵심인 '불커 룰'에 따라 복잡한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비율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헤지펀드는 일반 사모펀드와 차이가 없고,금융산업 발전과 투자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규제를 다시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벌써부터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헤지펀드들의 활동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투자 대상별로 헤지펀드를 구분할 때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투자성과를 내는 것은 글로벌매크로 펀드와 상대가치형 펀드다. 매크로 펀드는 통화와 채권에 주로 투자하고,상대가치형 펀드는 저평가된 투자처를 발굴해 수익을 낸다.
이 같은 투자 행태는 다른 투자주체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매크로 펀드가 통화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되는 경기와 정책,금리,통화가치상의 양극화를 겨냥한 투자전략이다. 상대가치형 펀드가 신흥국과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은 세계 경제 중심 축이 빠르게 이들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주식헤지용 펀드의 활동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지난 1년반 동안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헤지용 헤지펀드의 활동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의외의 현상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복잡한 파생상품 기법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점은 헤지펀드의 활동처가 바뀌고 있는 점이다. 위기 이전에 헤지펀드는 주로 조세회피처에서 활동했다. 당시 세계 3대 조세회피처로는 케이맨군도와 말레이시아 북동부,아일랜드가 꼽혔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가 본거지로 가장 많이 택했던 곳은 조세천국으로 인식됐던 케이맨군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으로 다변화되고 온라인상으로도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다. 룩셈부르크 등이 활기를 띠는 것은 금융위기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다 강화된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이후 한국시장에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1,2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혹은 오프라인 · 온라인별 금융규제를 평준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새로운 변화다.
최근 일련의 변화를 보면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stigma effect)'는 시정돼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가일수록 이런 낙인효과가 국민들 사이에 깊숙이 파고들어 금융산업 발전 차원에서 헤지펀드를 활성화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헤지펀드도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만큼 우리도 금융위기로 뒷전에 물러났던 헤지펀드 관련 과제들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우리 국민들도 헤지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조만간 또 다른 위기가 닥친다'는 식의 고정된 선입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헤지펀드 조사 · 자문업체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투자원금 규모는 1조80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금융위기 직전에 1조200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단 투자원금 규모가 위기 직전보다 50%가량 급증한 셈이다.
최근 들어 헤지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무엇보다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헤지펀드 활동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헤지펀드가 활동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른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위기극복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지금은 7부 능선을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력한 규제 속에도 위기 전보다 투자원금이 급증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와 중국 등 신흥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한다. 갈수록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보는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위기 후 퇴장됐던 통화가 서서히 시중에 방출되는 것도 유동성을 부풀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또 다른 상징인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 금액)은 투자원금 규모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각종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평균 5배 안팎으로 파악된다. 위기 직전 한때 15배에 달했던 데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위험자산을 가장 먼저 투자하는 '스마트성'과 '투기성'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여러 요인 가운데 미국의 단일금융개혁법이 추진된 것과 가장 연관이 높다. 그중에서도 핵심인 '불커 룰'에 따라 복잡한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비율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헤지펀드는 일반 사모펀드와 차이가 없고,금융산업 발전과 투자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규제를 다시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벌써부터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헤지펀드들의 활동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투자 대상별로 헤지펀드를 구분할 때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투자성과를 내는 것은 글로벌매크로 펀드와 상대가치형 펀드다. 매크로 펀드는 통화와 채권에 주로 투자하고,상대가치형 펀드는 저평가된 투자처를 발굴해 수익을 낸다.
이 같은 투자 행태는 다른 투자주체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매크로 펀드가 통화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되는 경기와 정책,금리,통화가치상의 양극화를 겨냥한 투자전략이다. 상대가치형 펀드가 신흥국과 프런티어마켓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은 세계 경제 중심 축이 빠르게 이들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주식헤지용 펀드의 활동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지난 1년반 동안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헤지용 헤지펀드의 활동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의외의 현상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복잡한 파생상품 기법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점은 헤지펀드의 활동처가 바뀌고 있는 점이다. 위기 이전에 헤지펀드는 주로 조세회피처에서 활동했다. 당시 세계 3대 조세회피처로는 케이맨군도와 말레이시아 북동부,아일랜드가 꼽혔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가 본거지로 가장 많이 택했던 곳은 조세천국으로 인식됐던 케이맨군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으로 다변화되고 온라인상으로도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다. 룩셈부르크 등이 활기를 띠는 것은 금융위기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다 강화된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이후 한국시장에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1,2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혹은 오프라인 · 온라인별 금융규제를 평준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새로운 변화다.
최근 일련의 변화를 보면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stigma effect)'는 시정돼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가일수록 이런 낙인효과가 국민들 사이에 깊숙이 파고들어 금융산업 발전 차원에서 헤지펀드를 활성화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헤지펀드도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만큼 우리도 금융위기로 뒷전에 물러났던 헤지펀드 관련 과제들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우리 국민들도 헤지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조만간 또 다른 위기가 닥친다'는 식의 고정된 선입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