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 A Sal Thon Ko Hiyang En Koth Pee Nun San Kol….(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지난 22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왕실학교 강당.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손에 낯익은 글자가 적힌 악보가 들려 있었다. 한글 가사가 적힌 '고향의 봄' 악보였다. 한글 밑에는 한글 발음대로 깨알같은 크기의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100여명의 학생들은 60여대의 디지털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서툰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끝나고 주택건설업체 부영은 디지털 피아노 3000대와 칠판 3만개를 스리랑카 정부에 기증했다. 행사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반둘라 구나와다나 스리랑카 교육부 장관 등 정부 인사,콜롬보 지역 학교 교사와 학생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한국이 전쟁을 겪은 뒤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오랜 내전을 끝낸 스리랑카도 교육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둘라 장관은 답사를 통해 "부영그룹이 기증한 피아노와 칠판은 스리랑카 학생 교육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영이 기증한 디지털 피아노에는 고향의 봄을 비롯해 스리랑카어로 번안된 한국의 졸업식 노래,아리랑 등이 함께 저장돼 있다. 피아노를 연주했던 아키라 다야라트네(남 · 10세)는 "고향의 봄 멜로디를 무척 좋아한다"며 "새 피아노가 생긴 만큼 더 많이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은 기증 행사 이후 이 회장을 대통령궁으로 초청,스리랑카 교육 발전과 양국 우호에 기여한 공로로 교육공훈훈장을 수여했다. 마힌다 대통령은 "백의민족으로 불리는 한국 못지않게 스리랑카도 흰색 옷을 좋아한다"며 "이번 기증으로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20일 베트남 호찌민시를 방문,디지털 피아노 3000대를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회장은 "피아노 기증은 한국 음악과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업은 물론 국가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콜롬보(스리랑카)=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