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0] "미래 대학교육은 '닌텐도 위'나 '무들' 같은 디지털이 지배"
"대학 총장들,교사들이 교육의 미래를 보고 싶어한다면 위(Wii · 닌텐도의 게임기)와 무들(Moodle · 누구나 스스로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웹사이트)을 보라고 권하겠다. "

마이클 잭슨 셰이핑투모로 회장은 단호했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대학 강의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바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무들 같은 온라인 디지털 교육이 기존 교육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카리스마가 있고 진부한 것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동명이인인 고(故) 마이클 잭슨(가수)과 그는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셰이핑투모로는 2003년 잭슨 회장이 동료들과 함께 만든 미래 컨설팅 업체다.

그동안 노키아,BP,아스트라제네카,싱가포르 정부 등을 컨설팅했다. 잭슨 회장은 1986년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부사장을,1990년에서 1998년까지는 영국 버밍엄 미드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은행가 출신의 미래학자다.

▼앞으로 10년간 산업 지형이 가장 빠르게 바뀔 분야로 교육을 꼽았는데.

"교육 분야는 그동안 미디어가 겪은 변화의 전철을 밟아갈 것이다. 신문과 방송은 지금 위키백과사전과 블로그 등으로 상당히 대체됐다. 전통적인 교육은 교실에 학생들을 모아 놓고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지만,앞으로는 대부분 웹을 통한 디지털 에듀케이션이 대세가 된다. 더 싸고,더 나은 방식의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5년 안에 대학 강의 방식이 대부분 (디지털 기반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

▼5년 안이라니,너무 빠른 것 아닌가.

"영국을 예로 들자.영국 정부는 최근 교육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었다. 또 기존 대학에 대한 지원금을 깎아 학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똑같은 강의를 1만달러를 내고 교실에서 받든지,1달러에 웹에서 받든지 택하라고 한다면 어느 쪽을 고르겠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이나 교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중요한 일 아닌가.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화상 채팅으로 다른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지금은 변화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지만,앞으로 모든 면에서 디지털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

▼디지털 교육의 사례를 든다면.

"무들(www.moodle.org)이 대표적이다. 누구나 스스로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공짜 웹사이트다. (사진기자를 향해) 그는 사진에 대해,(기자를 가리키며) 당신은 저널리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 나도 무들을 이용해 미래예측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구글과 비슷하게 관련 광고를 붙이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공짜다. 게임을 활용한 교육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 즐기면서 건강을 관리해주는 닌텐도의 위(Wii)가 훌륭한 모델이다. "

▼디지털 교육은 투자가 필요하다. 어려운 계층에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 학생들의 교육 수요가 많다면 이곳에 휴대폰을 공짜로 제공하고 콘텐츠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지금도 그런 식으로 사업하는 이들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이미 휴대폰 공급량이 인구 수에 육박한다고 들었다. 다양한 교육을 디지털로 제공한다면 오히려 아프리카인들이 '퀀텀 점프'를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대학이 미래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과거엔 대학 시험에서 계산기를 쓸 수 없었지만,지금은 허용된다. 요새는 시험을 보면서 구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을 빠르게 인지하고 미래를 내다보려고 해야 한다. "

▼기업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개 인재를 키워야 하나.

"일반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투자해야 한다. 이메일의 사용은 우편담당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기자의 아이폰을 가리키며) 아이폰이 애플의 한 사람에게서 '짠' 하고 나타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시스템의 산물이다. 시스템적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할 수 있어야 하며,그러려면 모든 인재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

▼패션 분야의 미래에 대해서도 컨설팅한다고 들었다. 어떤 변화를 예상하고 있나.

"(구두를 벗어 들며) 앞으로 신발은 훨씬 똑똑해질 것이다. 입은 옷에 따라 색깔이 변할 수도 있고,주인의 몸 상태를 알려주는 기능도 할 것이다. 신발이 보도블록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거나,옷이 태양에너지를 받아들여 음악을 재생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금융계에서도 오랫동안 일했다. 금융 분야의 미래를 예견한다면.

"(손을 내저으며) 그건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사실 15년 전에 아들에게 '은행에서는 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업무의 대부분 전산화돼서 사람이 일할 거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한국 등에선 휴대폰으로 스마트 뱅킹이 가능하다. 앞으로 은행 창구는 대부분 없어지지 않겠나. "

▼아들은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있나.

"건축가가 됐다. 디자인이나 건축은 창의적인 분야다. 창의성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

글=이상은/사진=허문찬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