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무이자 할부 분양에 나섰으나 2채를 파는 데 그쳤다. 총 13조원에 이르는 SH공사의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할부 분양이 부진함에 따라 SH공사 재무구조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H공사는 할부 분양을 늘리기 위해 대출금 이자를 1년간 대납해 준다는 방침이지만 입주자나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거세 쉽지않을 전망이다.
SH공사, 할부 분양 참패…한달간 겨우 2채
중개업자 알선 수수료까지 지급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SH공사는 은평뉴타운 1 · 2지구 미분양 215채를 대상으로 계약금(20%)과 입주 잔금(30%) 등 분양가의 50%를 먼저 내고 나머지 50%를 6개월 단위로 3년간 무이자로 균등 상환하는 방식으로 할부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는 민선5기 서울시의 부채관리 종합대책에 따른 것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시작했다. SH공사는 초기 목돈 부담이 적고 무이자 혜택으로 분양가의 5% 정도를 싸게 구입하는 효과가 있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2지구 134㎡형 2채만 팔렸다. SH공사 관계자는 "요즘 인기가 없는 중 · 대형인데다 7억원이 넘는 분양가 부담 탓에 분양률이 저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할부 분양 부진으로 SH공사 부채 해소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은평뉴타운 미분양 물량은 1~3지구에 총 710여채다. 약 5800억원어치로 연간 300억원가량의 금융손실을 보는 것으로 계산됐다. SH공사 관계자는 "미분양을 처리하지 못하면 금융비용이 계속 증가하면서 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H공사는 할부 분양 실적이 저조하자 최근 은평뉴타운 주변 중개업자를 동원한 알선 판매에 들어갔다. 은평뉴타운 3지구 미분양 500여채가 대상이다. 6억원 이상 아파트는 분양가의 0.6%를,6억원 미만은 0.4%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조건이다. 10억원짜리면 600만원을 수수료로 지급한다. 이를 통해 이달 들어 6채가 팔렸다. 3지구는 내년 2~3월께 입주 완료 이후 할부 분양도 병행할 예정이다.

◆기존 입주자 · 계약자 반발 커질 듯

SH공사는 할부 분양 시 계약자가 초기에 내는 50%의 집값에 대해 연 이자율 4.3%의 대출을 알선하고 1년간 이자를 대납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일부 민간 건설업체들이 도입한 방식이다. 이자 대납은 직접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사실상 할인 분양에 해당된다. SH공사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에 발생하는 금융이자(5.2%)보다 50% 집값에 대한 대출이자(4.3%)로 소요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할부 분양 실적이 계속 저조할 땐 할인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할부 분양과 할인 분양을 같이 적용하면 분양가의 10% 정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이 분양한 아파트가 시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기존 계약자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