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사들인 기업 담보로 또 대출…'돌려막기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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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임병석 C&회장…한때 계열사 41개 거느려 "前정권 비호로 성장" 소문도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수감된 임병석 C&그룹 회장(49)은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자본금 5000만원짜리 해운회사를 10여년 만에 계열사 41개,총자산 규모 2조5000억원,재계순위 40위권인 C&그룹으로 만든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C&그룹은 파도 한번에 모두 씻겨 사라진 모래성과 같았다. 그 많던 계열사는 부실덩어리로 변했고 '모래성 성주'였던 임 회장 자신도 철창신세로 전락했다.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허위 재무제표로 금융사를 속여 1000억원가량을 대출받고 계열사 돈을 빼돌린 '사기행각'이었다는 게 구속영장에 적힌 혐의내용이었다.
임 회장은 1990년 30세 때 해운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1984년 범양상선(현재 STX팬오션)에 입사,1988년까지 다니면서 해운업무를 익혔다. 범양상선에서 나온 지 2년 만인 1990년 칠산해운이라는 작은 선박중개회사를 세웠다. 돈이 없어 자본금 5000만원 중 45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차렸다.
해운업 호황으로 큰 돈을 번 그는 1995년 사명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꿨다. 이후 7년간 돈을 모아 2002년 기업 인수 · 합병(M&A)에 뛰어들었다. 그해 상장기업인 세양선박을 인수했다. 세양선박이 비록 법정관리상태이긴 했으나 작은 규모의 쎄븐마운틴해운이 상장기업을 삼킨 것 자체가 화제였다. 해운업계에는 전남 영광 출신인 그가 당시 국민의 정부 인맥들의 도움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세양선박 인수로 재미를 본 그는 본격적으로 기업인수 사냥을 시작했다. 삼성 출신 M&A 인력을 스카우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후 필그림해운,한리버랜드,진도,우방건설,아남건설,동남아해운,효성금속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하지만 계열사가 41개로 늘어나는 동안 금융감독 · 사정 당국의 특별한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범양상선에서 임 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정치권 실세와 연줄이 닿아 있다는 얘기가 당시 공공연한 사실처럼 번졌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인수 기업을 제대로 키우기보다 해당 기업의 자산을 또다른 M&A를 위한 담보로 활용하거나 빼돌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비교적 견실했던 우방건설이 인수 후 부실해진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실해진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계열사의 회사돈을 빼내 돌려막기를 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C&상선과 C&우방 등에서 1000억원의 회사돈을 빼내 사용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C&그룹은 조선업에 진출한 2006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C&중공업을 설립한 그는 선박을 수주해 직접 건조하려 했다. 한때 조선업계에선 8만1000DWT급 벌크선 57척과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3척 등 60척을 수주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당시 회사 측은 실제로 수주했다고 밝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의 해운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결같이 부실했던 계열사들이 금융위기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임 회장은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진도F&,C&중공업 철강사업 부문,신우조선해양 등을 팔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그의 모래성은 무너졌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하지만 C&그룹은 파도 한번에 모두 씻겨 사라진 모래성과 같았다. 그 많던 계열사는 부실덩어리로 변했고 '모래성 성주'였던 임 회장 자신도 철창신세로 전락했다.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허위 재무제표로 금융사를 속여 1000억원가량을 대출받고 계열사 돈을 빼돌린 '사기행각'이었다는 게 구속영장에 적힌 혐의내용이었다.
임 회장은 1990년 30세 때 해운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1984년 범양상선(현재 STX팬오션)에 입사,1988년까지 다니면서 해운업무를 익혔다. 범양상선에서 나온 지 2년 만인 1990년 칠산해운이라는 작은 선박중개회사를 세웠다. 돈이 없어 자본금 5000만원 중 45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차렸다.
해운업 호황으로 큰 돈을 번 그는 1995년 사명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꿨다. 이후 7년간 돈을 모아 2002년 기업 인수 · 합병(M&A)에 뛰어들었다. 그해 상장기업인 세양선박을 인수했다. 세양선박이 비록 법정관리상태이긴 했으나 작은 규모의 쎄븐마운틴해운이 상장기업을 삼킨 것 자체가 화제였다. 해운업계에는 전남 영광 출신인 그가 당시 국민의 정부 인맥들의 도움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세양선박 인수로 재미를 본 그는 본격적으로 기업인수 사냥을 시작했다. 삼성 출신 M&A 인력을 스카우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후 필그림해운,한리버랜드,진도,우방건설,아남건설,동남아해운,효성금속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하지만 계열사가 41개로 늘어나는 동안 금융감독 · 사정 당국의 특별한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범양상선에서 임 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정치권 실세와 연줄이 닿아 있다는 얘기가 당시 공공연한 사실처럼 번졌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인수 기업을 제대로 키우기보다 해당 기업의 자산을 또다른 M&A를 위한 담보로 활용하거나 빼돌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비교적 견실했던 우방건설이 인수 후 부실해진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실해진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계열사의 회사돈을 빼내 돌려막기를 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C&상선과 C&우방 등에서 1000억원의 회사돈을 빼내 사용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C&그룹은 조선업에 진출한 2006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C&중공업을 설립한 그는 선박을 수주해 직접 건조하려 했다. 한때 조선업계에선 8만1000DWT급 벌크선 57척과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3척 등 60척을 수주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당시 회사 측은 실제로 수주했다고 밝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의 해운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결같이 부실했던 계열사들이 금융위기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임 회장은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진도F&,C&중공업 철강사업 부문,신우조선해양 등을 팔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그의 모래성은 무너졌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