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F1 대회장의 '둘레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KTX 목포역에 내린 승객들이 24일 역 앞에 정차한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전남 영암의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장까지 무료로 운행하는 버스다. 경주장으로 가는 동안 가로수 곳곳에는 '이제 F1이다'고 적힌 대회기가 휘날렸다. 사거리의 교통신호기 상단에는 어김없이 'F1 경주장' 방향을 안내하는 푯말이 눈에 띄었다. 도시 전체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대회장의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상황이 급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안내부스에 매달려 관람석과 티켓 구매 문의를 쏟아냈다. 안내부스 도우미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주장 북쪽의 P2 주차장에 내린 한 관람객은 남쪽 메인 스탠드 인근의 K석으로 가는 길을 묻자 한 도우미는 "경주장 외부를 따라 걸어서 가라"고만 했다. 몇 번의 전화 시도 끝에 연결된 대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셔틀버스 아저씨한테 물어보시면 안 될까요"라는 기발한(?) 해결책을 내놨다.
경주장 외곽은 긴 '도보 순례객'으로 가득찼다. 주차한 뒤 관람석까지 걸어가는 행렬이다. 순간 '북한산 둘레길'이 떠올랐다. 관람석으로 가는 길은 공사를 채 끝내지 않아 맨땅이거나 작은 자갈을 깔아놓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주최 측은 영암을 '녹색의 땅'으로 소개했지만 잔디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한 40대 관람객은 "관람석까지 가는 데 30분 이상이나 걸렸다. 진행요원들이 왜 배치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지난 23일에는 대회조직위원회가 배포한 자유이용권으로 입장하려던 관람객이 경주장에 들어가지 못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주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티켓을 일찌감치 정가로 구입했는데 인터넷에는 저가 판매가 극성이다. 외국인 드라이버들을 위한 잔치에 한국 관람객이 봉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대회 관계자들이 머무는 목포 평화광장 인근에서는 군악대 공연,록 콘서트 등 문화 행사가 열렸고 모터존 레이싱존 F1존 등 전시 체험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미숙한 대회 운영 때문에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개최하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김진수 영암/문화부 기자 true@hankyung.com
대회장의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상황이 급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안내부스에 매달려 관람석과 티켓 구매 문의를 쏟아냈다. 안내부스 도우미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주장 북쪽의 P2 주차장에 내린 한 관람객은 남쪽 메인 스탠드 인근의 K석으로 가는 길을 묻자 한 도우미는 "경주장 외부를 따라 걸어서 가라"고만 했다. 몇 번의 전화 시도 끝에 연결된 대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셔틀버스 아저씨한테 물어보시면 안 될까요"라는 기발한(?) 해결책을 내놨다.
경주장 외곽은 긴 '도보 순례객'으로 가득찼다. 주차한 뒤 관람석까지 걸어가는 행렬이다. 순간 '북한산 둘레길'이 떠올랐다. 관람석으로 가는 길은 공사를 채 끝내지 않아 맨땅이거나 작은 자갈을 깔아놓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주최 측은 영암을 '녹색의 땅'으로 소개했지만 잔디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한 40대 관람객은 "관람석까지 가는 데 30분 이상이나 걸렸다. 진행요원들이 왜 배치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지난 23일에는 대회조직위원회가 배포한 자유이용권으로 입장하려던 관람객이 경주장에 들어가지 못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주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티켓을 일찌감치 정가로 구입했는데 인터넷에는 저가 판매가 극성이다. 외국인 드라이버들을 위한 잔치에 한국 관람객이 봉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대회 관계자들이 머무는 목포 평화광장 인근에서는 군악대 공연,록 콘서트 등 문화 행사가 열렸고 모터존 레이싱존 F1존 등 전시 체험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미숙한 대회 운영 때문에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개최하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김진수 영암/문화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