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비자금의 규모와 정 · 관계 로비설의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태광그룹 본사 압수수색 이후 박명석 대한화섬 사장(61) 등 그룹 핵심 관계자 20~30명을 불러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 및 성격과 용처 등을 추궁했으나 이들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이나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대검의 한 관계자는 "태광 비자금 수사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수사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태광 측은 지금까지 드러난 차명계좌 자금은 대부분 이호진 회장(48)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 주장하며 정 · 관계 로비설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부지검은 이 회장과 모친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2)의 소환도 다음 달 초로 미루기로 했다. 이 상무는 최근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입원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의 일가와 학교 친구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흥국생명과 한국도서보급 등이 예전 케이블TV 계열사에 인수 · 합병(M&A) 자금을 대출하는 과정에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정황을 파악,주말부터 본사 등에서 압수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