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개막 첫날인 22일부터 열띤 논의가 이뤄졌지만 이견의 골이 깊어 원론적인 수준의 합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G20은 '경상수지 관리제'라는 기대 이상의 합의를 이뤄냈다.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지만,환율 논란을 해결할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 D-17] 경상수지 잣대로 각국 환율 평가…강력한 압박수단 마련
◆환율 문제 대승적 합의

G20의 선진국과 신흥국들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환율 문제에 대한 대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장 결정적(market determined) 환율' 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이다. 시장의 역할을 더 강조하면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통화 절하 문제는 중국 등 신흥국이 타깃이긴 하지만 선진국 역시 신흥국으로의 과도한 자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환율을 과도하게 변동시키지 않기로 했다.

G20은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로 경상수지 폭을 제한'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균형 환율을 평가하는 잣대로 경상수지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대단한 합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 이후 최초로 주요국들이 흑자국에 대한 구속력 있는 기제(機制)를 만들어 무역 불균형을 없애겠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쟁점

G20이 합의한 '지속 가능한 경상수지'라는 표현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예시적인(indicative)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G20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게 하고,각국도 상호 평가를 통해 이행 여부를 따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G20은 산유국과 비산유국,무역 및 해외투자 집중국 등으로 세밀하게 구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율만이 아니고 각 나라의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섬세한 설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경상수지 규모 등을 감안한 적정 환율이 어느 수준인지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예정"이라며 "강제성은 없지만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날 경우 시정하라는 강한 국제적인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 한국 · 독일 경상흑자 줄여야

경상수지 관리 방안이 각국에 어떤 구속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각국의 의견 대립으로 가이드라인 설정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당장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G20 회원국 가운데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2009년 기준)이 가장 높은 국가는 중국으로 5.96%에 달했다. 한국(5.13%) 독일(4.89%) 등도 높은 수준이다. 중국과 한국 독일은 2015년까지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G20은 환율 문제의 해결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이어서 본격적인 환율 전쟁은 가이드라인 설정 문제를 놓고 다시 벌어질 수 있다. 환율 전쟁의 핵심 당사자인 중국이 가이드라인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IMF의 3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점도 향후 실행에 부담을 주는 대목이다.

경주=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 용어풀이

시장결정적(market determined) 환율=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이행키로 한 환율 제도로 기존 G20의 '시장 지향적(market oriented)'이라는 표현보다 시장의 역할을 한층 더 강조했다. 각국이 시장 방향을 존중하며 미세조정 수준에 머물자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장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취지다. 환율 개입국에 대한 경고도 담았다.

예시적인(indicative) 가이드라인='지속 가능한 경상수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환율 외에 국가적 · 지역적 환경을 모두 고려해 만들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주기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각국의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걸려 있어 서울 정상회의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