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D-17] 타협안 만들어 한 달간 주요국 설득…한국, 중재노력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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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경주 빅딜'…합의 이끌어 내기까지
MB, 9월 초 대안 마련 지시…반대하던 선진국 마음 돌려
IMF총재 "한국의 날" 극찬
MB, 9월 초 대안 마련 지시…반대하던 선진국 마음 돌려
IMF총재 "한국의 날" 극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통해 한국이 얻은 성과 중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외교력과 중재 능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한국이 과연 풀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중재 능력을 십분 발휘해 환율 갈등 조정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혁 등에서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 지시로 환율 대안 검토
G20 서울 정상회의가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는 비관론이 형성된 것은 지난 9월 초였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환율 문제를 G20 회의 의제로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청와대는 초비상이 걸렸다. 순항하던 G20 회의가 글로벌 환율전쟁에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 등 한국이 주도해 온 의제들까지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첫째주 긴급 회의를 소집해 대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경상수지 목표제'였다. 특정 국가의 환율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는 어려우니 각국의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 폭에 일정한 제한을 둠으로써 통화가치의 급격한 절상이나 절하를 막자는 것이 취지였다.
사공 위원장은 9월 둘째주 이 안을 들고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중국 등과도 연쇄 접촉을 시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러시아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을 돌며 설득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경상수지 목표제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원래는 한국이 아이디어를 제시해 미국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등 신흥국과 독일의 반대로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 규모를 수치로 제한하는 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논의의 가닥을 잡는 데는 한국 정부의 제안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G20 회원국들의 평가다.
◆가이트너 미 재무,"한국에 감사"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의제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한국이 주도한 의제)가 코뮈니케(공동성명서)에 대폭 반영된 것도 한국 정부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완강하게 반대하던 의제다. 금융위기를 막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개발도상국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거시경제 정책을 방만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환율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른 의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정부 관계자는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이 래리 서머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6차례나 만나는 등 백방으로 외교적 노력을 펼친 끝에 선진국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발 의제는 이 대통령이 G20에 속하지 않는 저개발국을 위한 의제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강력히 보이면서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회의 폐막 후 주요 인사들은 한국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 대통령이 회의장을 방문해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균형잡힌 시각으로 의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23일 회의에서 많은 성과가 나왔다"며 "IMF의 날인 동시에 한국의 날"이라고 평가했다.
유승호/홍영식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