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환율전쟁을 끝낼 수 있는 해법을 찾았다. 다음 달 11일 개최 예정인 G20 서울 정상회의가 글로벌 환율전쟁을 마무리짓는 종착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은 22일과 23일 경주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환율 문제와 국제통화기금(IMF) 쿼터(지분율) 개혁 등 회원국 간 이견이 첨예한 핵심 의제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제안한 '경상수지 목표제'는 찬 · 반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되 앞으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리'하는'경상수지 관리제'로 수위가 낮아졌다. 환율에 대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지양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IMF 쿼터는 선진국에서 신흥 · 개도국으로 이전하기로 한 지분을 당초 5%에서 6%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의장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주 회의를 기점으로 환율전쟁은 사실상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예상을 뒤엎고 G20 회원국들이 환율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파국은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창용 G20 정상회의준비위 단장)이다. 두 가지 핵심 이슈인 환율과 IMF 개혁의 '빅딜'을 시도한 것도 합의에 도달한 비결로 분석된다.

중국 등 신흥국은 환율 문제에서 미국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형태로 양보하는 대신 IMF 지분을 더 많이 가져오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환율전쟁을 촉발한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이해를 적절하게 결합한 합의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기에는 의장국인 한국이 막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며 "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최상위 포럼으로서의 G20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운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갈등이 이것으로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 한차례 회원국 간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합의 사항의 이행을 강제할 수단도 마땅히 없다. 때문에 이번 합의가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거나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잉태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종태/서욱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