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국내에서 열린 포뮬러 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24일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 · 페라리)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는 오후 들어 많은 비가 내리면서 3대의 머신이 부서지는 등 '서바이벌' 양상으로 치달았지만,11만여석 규모의 관람석이 대부분 차는 등 흥행 면에서는 비교적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차례 연기 끝에 경기장이 개막을 열흘 앞둔 지난 12일에야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최종 검수를 통과할 정도로 준비가 부족했고 주변 숙박시설과 편의시설도 턱없이 모자랐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온다.


◆F1 한국대회,180개국에 생중계

F1 조직위원회는 22일 연습 주행 때 2만5000여명,23일 예선 때 6만여명,마지막 결선 때 8만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 당초 입장권 판매가 저조하면서 흥행에 참패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는 숫자다.

F1 한국대회 운영법인인 카보(KAVO)는 향후 7년간 매년 가을 코리아 그랑프리를 열 계획이다.

카보가 예상하는 대회 매출은 입장료와 스폰서 수입,부스 판매,의류 · 완구 판매 수입,TV 중계권 등을 포함해 750억원 정도다. 이 중 입장권 판매 수입이 전체의 76%다. 내년까지는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제 효과는 연간 7000억원 선으로 내다봤다. 생산 2579억원,소득 623억원,부가가치 1229억원,간접세 129억원,고용 2570억원 등을 합한 결과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만 7년간 1만8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F1은 매년 17~20개국에서 열린다. 서킷을 직접 찾는 관람객이 연평균 400만명,TV 시청자 수가 6억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 스포츠다. F1 차량(머신) 한 대에 붙는 광고액만 최대 15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코리아 그랑프리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에서도 모터스포츠 붐을 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국제 규모의 경기장 신설은 '벽지'인 영암을 국내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시킬 수도 있을 전망이다.

◆'상전벽해'…영암은 축제 중

인구 5만여명에 불과한 영암에는 대회기간 3일간 17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인접 목포의 숙박업소까지 짭짤한 'F1 특수'를 누렸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은 목포 하당 '평화의 광장' 일대는 마치 외국거리를 방불케 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영숙씨(47)는 "외지인들이 몰려 평소 100여만원이던 하루 매상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벌써 내년 대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F1 경기장 안에서도 특수가 이어졌다.

기념품점에선 첫 국내 F1 대회의 모자와 셔츠 등을 사기 위한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결승전 직전엔 육군 취타대,전남 도립 국악단 등의 개막 공연이 열리면서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영암 경기장의 관람석은 트랙으로부터 4m밖에 떨어지지 않아 속도감을 느끼기엔 제격이란 얘기도 나왔다. 머신의 굉음과 진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전남 해남에서 왔다는 김기수씨(36)는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다 코너에서 속력을 순간적으로 제어한 뒤 다시 가속하는 기술이 예술적"이라며 즐거워했다.

관람객들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경기 장면을 잡는 데 열중했다. 박진영씨(25)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찍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장 운영과 호텔 확충은 과제

F1 한국대회는 첫 대회치고는 무난하게 출발했다는 평가가 많지만,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우선 경기장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F1 경기가 열리는 3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어떻게 쓸 것인지가 관건이란 얘기다.

부족한 숙박시설은 해외 언론에서도 비판을 쏟아낼 정도였다. 고급 숙박시설이 1곳(현대호텔)에 불과한 데다,당초 추진했던 크루즈선 도입까지 무산되면서 '숙박 전쟁'이 빚어졌다. 러브호텔을 숙소로 사용한 해외 참가자들의 불만이 특히 컸다.

대회기간 중 영암 서킷~목포 간 10㎞는 계속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미숙했던 F1 조직위의 대회 운영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조직위는 최고 59만여원인 그랜드스탠드 입장권(자유이용권)을 주변지역 학교에 무상으로 배포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너무 많은 무료 입장객이 몰리자 비싼 가격에 지정석 티켓을 산 관중들이 격렬하게 항의했고 출입구 주변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영암=김진수/최성국/조재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