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타고 구불구불…절벽바위·선녀탕은 오색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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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삼악산 트레킹
궁예가 패한 뒤 피신했던 곳
25억년전 차돌바위 골짜기
웅장한 15m 등선폭포 눈길
궁예가 패한 뒤 피신했던 곳
25억년전 차돌바위 골짜기
웅장한 15m 등선폭포 눈길
허리를 굽히고 매표소를 지나자 깊은 동굴 속에 들어선 듯하다. 울퉁불퉁 근육질의 높다란 바위절벽을 파고든 길은 두 사람 어깨너비 정도.머리 위로 탁 트였던 파란 하늘도 실금을 그을 만큼 좁아져 있다. 붉은 사암골짜기였다면 요르단 페트라 유적의 시크(협곡)에 비견할 수 있을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물소리가 동행을 자처하니 발걸음은 더 가볍다.
◆울퉁불퉁 날 선 바위협곡
춘천 서면 삼악산(654m).지난 16일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포르테 드라이빙 산행'에 참여해 일행 40여명과 등선폭포 코스를 따랐다. 프랑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기아자동차가 마련한 행사다. 정상 용화봉을 찍고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넉넉잡아 3시간 코스.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산행길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선두에 선 엄 대장 말마따나 삼악산 산신령이 환영해주는 것일까. 하늘은 높고 햇볕은 적당한 게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등선폭포 코스 들머리는 뜻밖에도 거칠어 보인다. 좁고 날 선 골짜기 풍경이 조금은 낯설다. 품이 넓은 산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깊은 협곡이 형성됐을까. 수직 절벽에 노출된 바위덩이도 달라보인다. 멀게는 25억년 전부터 형성된 차돌바위(규암)골짜기라고 한다. 지각운동으로 차돌바위가 결에 따라 덩어리째 떨어져나가면서 협곡이 생겼다는 것이다.
페트라 협곡길 끝에서 홀연 나타나는 알 카즈네처럼,모퉁이를 돌자마자 다가오는 등선폭포가 이 코스의 얼굴격이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힘차다. 오른쪽에 난 철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폭포 모습이 더 웅장하다. 비선식당을 지나면서 본격 산행길이 시작된다. 선녀탕이란 이름이 절묘하다. 철다리길 옆 커다란 바위에 손으로 다듬은 것처럼 둥글고 깊은 웅덩이가 파여 있다. 물이 휘돌아나가는 바위 웅덩이는 과연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고 목욕을 즐겼을 법한 분위기다. 비스듬히 누운 바위 위로 흐르는 비선폭포는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333계단과 의암호 풍경
심드렁한 표정의 흰둥이가 있는 흥국사 매점에 닿기 전 '삼악산 성지' 안내판이 보인다. 태봉의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한 뒤 피신했던 곳 또는 삼한시대 맥국의 성터란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라고 쓰여 있다. 이곳에서 용화봉 정상까지는 1.3㎞.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초원을 지나면 난코스인 333계단이 나온다. 자연석을 놓아 낸 계단이지만 좀 지루한 구간이다. 한번쯤은 멈춰서서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경사도 있다. 그러나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상은 지척에 있는 법.결혼 40주년을 맞은 박명도 할아버지(73) 3대 가족팀 병재(13)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땀을 비오듯 흘리고 숨을 몰아쉬면서도 한번씩 정상을 보고는 싱긋 웃는다.
333계단 너머 큰초원은 소나무가 많은 광장 분위기다. 오며가며 자리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라고 정비해놓은 것 같다. 큰초원에서 된비알을 10분쯤 치고 오르면 용화봉 정상.조금은 비좁은 편이다. 뾰족바위 투성이여서 산행객이 몰릴 때면 편히 앉아 쉬기도 어렵다. 한참 전에 오른 엄 대장은 "엄홍길 대장을 닮은 것 같다"며 말을 붙여오는 산행객들의 손을 잡고 기(氣)를 전하느라(?) 바쁘다. 멀리 붕어섬과 중도 상중도를 품고 있는 의암호 풍경이 한층 또렷해지는 것은 엄 대장의 기가 통해서일까.
삼악산=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삼악산은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 나들목에서 춘천 방향으로 간다. 45번 국도를 타고 가면 쉽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강촌을 경유하는 춘천·화천행 시외버스를 탄다.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강촌역에서 내린다. 강촌입구 정류장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등선폭포에서 내린다. 들머리에 등선집 등 식당이 많다.
의류와 장비를 잘 챙겨야 안전한 가을산행을 즐길 수 있다.
발에 맞는 등산화가 필수다. 고어텍스 소재의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가 좋겠다. 땀 흡수 능력과 통기성,보온성이 좋은 재킷과 통기성,신축성이 좋은 바지가 산행에 적합하다. 추위를 많이 탄다면 모자를 써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장갑 안에 얇은 장갑을 한 겹 더 껴서 보온성을 높이고 양말이나 마스크 등은 젖을 경우를 대비해 여벌을 준비한다.
등산용 스틱을 이용해 걸으면 발에 가해지는 하중이 분산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태경 밀레 영업본부장은 "동절기 산행은 특히 방수·방풍·보온 기능이 좋은 의류와 장비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퉁불퉁 날 선 바위협곡
춘천 서면 삼악산(654m).지난 16일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포르테 드라이빙 산행'에 참여해 일행 40여명과 등선폭포 코스를 따랐다. 프랑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기아자동차가 마련한 행사다. 정상 용화봉을 찍고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넉넉잡아 3시간 코스.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산행길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선두에 선 엄 대장 말마따나 삼악산 산신령이 환영해주는 것일까. 하늘은 높고 햇볕은 적당한 게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등선폭포 코스 들머리는 뜻밖에도 거칠어 보인다. 좁고 날 선 골짜기 풍경이 조금은 낯설다. 품이 넓은 산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깊은 협곡이 형성됐을까. 수직 절벽에 노출된 바위덩이도 달라보인다. 멀게는 25억년 전부터 형성된 차돌바위(규암)골짜기라고 한다. 지각운동으로 차돌바위가 결에 따라 덩어리째 떨어져나가면서 협곡이 생겼다는 것이다.
페트라 협곡길 끝에서 홀연 나타나는 알 카즈네처럼,모퉁이를 돌자마자 다가오는 등선폭포가 이 코스의 얼굴격이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힘차다. 오른쪽에 난 철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폭포 모습이 더 웅장하다. 비선식당을 지나면서 본격 산행길이 시작된다. 선녀탕이란 이름이 절묘하다. 철다리길 옆 커다란 바위에 손으로 다듬은 것처럼 둥글고 깊은 웅덩이가 파여 있다. 물이 휘돌아나가는 바위 웅덩이는 과연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고 목욕을 즐겼을 법한 분위기다. 비스듬히 누운 바위 위로 흐르는 비선폭포는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333계단과 의암호 풍경
심드렁한 표정의 흰둥이가 있는 흥국사 매점에 닿기 전 '삼악산 성지' 안내판이 보인다. 태봉의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한 뒤 피신했던 곳 또는 삼한시대 맥국의 성터란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라고 쓰여 있다. 이곳에서 용화봉 정상까지는 1.3㎞.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초원을 지나면 난코스인 333계단이 나온다. 자연석을 놓아 낸 계단이지만 좀 지루한 구간이다. 한번쯤은 멈춰서서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경사도 있다. 그러나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상은 지척에 있는 법.결혼 40주년을 맞은 박명도 할아버지(73) 3대 가족팀 병재(13)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땀을 비오듯 흘리고 숨을 몰아쉬면서도 한번씩 정상을 보고는 싱긋 웃는다.
333계단 너머 큰초원은 소나무가 많은 광장 분위기다. 오며가며 자리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라고 정비해놓은 것 같다. 큰초원에서 된비알을 10분쯤 치고 오르면 용화봉 정상.조금은 비좁은 편이다. 뾰족바위 투성이여서 산행객이 몰릴 때면 편히 앉아 쉬기도 어렵다. 한참 전에 오른 엄 대장은 "엄홍길 대장을 닮은 것 같다"며 말을 붙여오는 산행객들의 손을 잡고 기(氣)를 전하느라(?) 바쁘다. 멀리 붕어섬과 중도 상중도를 품고 있는 의암호 풍경이 한층 또렷해지는 것은 엄 대장의 기가 통해서일까.
삼악산=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삼악산은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 나들목에서 춘천 방향으로 간다. 45번 국도를 타고 가면 쉽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강촌을 경유하는 춘천·화천행 시외버스를 탄다.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강촌역에서 내린다. 강촌입구 정류장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등선폭포에서 내린다. 들머리에 등선집 등 식당이 많다.
의류와 장비를 잘 챙겨야 안전한 가을산행을 즐길 수 있다.
발에 맞는 등산화가 필수다. 고어텍스 소재의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가 좋겠다. 땀 흡수 능력과 통기성,보온성이 좋은 재킷과 통기성,신축성이 좋은 바지가 산행에 적합하다. 추위를 많이 탄다면 모자를 써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장갑 안에 얇은 장갑을 한 겹 더 껴서 보온성을 높이고 양말이나 마스크 등은 젖을 경우를 대비해 여벌을 준비한다.
등산용 스틱을 이용해 걸으면 발에 가해지는 하중이 분산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태경 밀레 영업본부장은 "동절기 산행은 특히 방수·방풍·보온 기능이 좋은 의류와 장비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