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문을 두드리는 중국 기업이 당분간 크게 늘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외 기업 유치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거래소(KRX)와 국내 증권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IPO(기업공개)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해외 기업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10국 74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국기업 14곳, 미국과 일본 기업 각각 1곳씩 총 16개 법인이 국내에 상장됐다.

또 중국기업 중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썬마트홀딩스와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를 신청한 상태다. 예비심사청구 이후 실제 상장까지 최소 3~4개월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이들 기업의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해외 기업의 IPO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중국쪽 IPO 시장은 “얼어 붙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A증권사에서 해외 IPO 업무를 담당하는 B차장은 “주관사 계약이 크게 위축돼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C증권사 IPO부서의 D임원도 “중국 기업 유치를 위해 인원을 확대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아 죽을 맛”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의 IPO 계약건수가 급감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봇물 터지듯 우리나라 증시에 밀려들던 중국기업이 최근 뜸해진 것은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B차장은 “얼마전 한국에 상장하려던 중국기업 몇 곳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었다”며 “이 때문에 회계법인의 감사가 더욱 팍팍해졌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은 대부분 공신력 있는 4대 글로벌 회계법인(딜로이트, PwC, 언스트 앤드 영, KPMG)을 통해 감사를 받는데, 이들 회계법인의 잣대가 더욱 깐깐해졌다는 얘기다.

해외 IPO 업무를 대행하는 한 대행사 관계자는 “한국에 상장을 추진 중인 중국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는 감사를 받는 건지, 검사를 받는 건지 모르겠다는 웃지못할 농을 한다”고 귀띔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라 할 정도로 저평가 된 중국 기업의 주가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10월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중국기업의 주가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국기업 CEO들은 여전히 주가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베이징사무소 관계자는 “미국이나 홍콩에 상장하면 훨씬 높은 공모가를 받을수 있다는 생각이 중국기업 CEO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하반기 대우증권을 통해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정이었던 시노폴리머는 주관사 계약을 철회하고 홍콩 상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IPO 대행사 관계자는 “주가가 최근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CEO들의 주가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D 임원은 “감사가 엄격해 진 것을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앞으로 상장하는 중국기업의 회계는 더욱 투명해지고, 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 또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