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외교부의 북미局과 중국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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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낙점됐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는 2012년 10월 공산당대회에서 당 서열 1위의 바통을 받아 중국을 이끌게 된다.
중후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알려진 시 부주석은 변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부국(富國)에서 부민(富民)''포용적 성장' 등 시 부주석의 부상과 함께 등장한 슬로건들은 중국 정책의 큰 방향이 변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온 국민이 나누겠다는 이념적 설계에 따른 것은 아니다. 지니계수가 폭동 발생 직전 수준인 0.5에 근접하고 있는 중국의 빈부차는 누가 권력을 잡아도 개혁의 모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
외부적으로도 중국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 환율전쟁의 주인공이자 무역마찰의 핵심 국가다. 신흥국에 더 많은 지분이 넘어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도 사실상 중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일본 및 인접 동남아국가와의 영토분쟁,한반도 서해안에서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 등 도처에 중국이 등장한다. 국제질서가 중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현상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권력의 최고 정점에 서게 될 시 부주석에게 세계의 눈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혁명원로인 쉬중신의 아들로 푸젠성 서기와 상하이 서기를 역임했다는 것,아내가 국민성악가수로 불리는 펑리위안이라는 것,장쩌민과 쩡칭홍 등 보수 우파인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권력집단)과 태자당(혁명원로 및 고위관리 자제집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 정도다. 선거를 치르지 않는 중국 특유의 정치체제에다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는 그의 개인적 스타일 탓도 있겠지만 그가 대중정치인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강한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 현대중국연구소의 크리스틴 천 연구원은 "세계를 향한 중국의 전략은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엔 숨을 죽이는 것이었고,후진타오 시대엔 적극적 방어였지만,시진핑 시대엔 세계를 이끌고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조5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려 할 것이란 의미다. 지난해 2월 티베트의 인권문제가 거론되자 "서방의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일갈한 시 부주석의 발언에서 그 역시 강한 중국을 위해 서방과 일전을 불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새롭게 짜이고 있는 국제질서의 한복판에 한반도가 있다는 점이다. 시 부주석과 거의 동시에 북한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내정됐다. 중국과 북한의 '차기'가 결정된 뒤 양측의 고위급 관리들이 빈번히 오가며 새로운 협력틀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어린 김정은으로서는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고,중국은 높아져가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시진핑 시대의 개막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국(局)으로 사실상 독립시켜 수십명이 매달리는 데 반해 중국과(課)에서는 고작 8명이 13억명을 상대하도록 외교통상부를 운용하는 정부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중국에 대한 정밀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때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
중후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알려진 시 부주석은 변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부국(富國)에서 부민(富民)''포용적 성장' 등 시 부주석의 부상과 함께 등장한 슬로건들은 중국 정책의 큰 방향이 변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온 국민이 나누겠다는 이념적 설계에 따른 것은 아니다. 지니계수가 폭동 발생 직전 수준인 0.5에 근접하고 있는 중국의 빈부차는 누가 권력을 잡아도 개혁의 모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
외부적으로도 중국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 환율전쟁의 주인공이자 무역마찰의 핵심 국가다. 신흥국에 더 많은 지분이 넘어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도 사실상 중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일본 및 인접 동남아국가와의 영토분쟁,한반도 서해안에서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 등 도처에 중국이 등장한다. 국제질서가 중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현상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권력의 최고 정점에 서게 될 시 부주석에게 세계의 눈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혁명원로인 쉬중신의 아들로 푸젠성 서기와 상하이 서기를 역임했다는 것,아내가 국민성악가수로 불리는 펑리위안이라는 것,장쩌민과 쩡칭홍 등 보수 우파인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권력집단)과 태자당(혁명원로 및 고위관리 자제집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 정도다. 선거를 치르지 않는 중국 특유의 정치체제에다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는 그의 개인적 스타일 탓도 있겠지만 그가 대중정치인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강한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 현대중국연구소의 크리스틴 천 연구원은 "세계를 향한 중국의 전략은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엔 숨을 죽이는 것이었고,후진타오 시대엔 적극적 방어였지만,시진핑 시대엔 세계를 이끌고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조5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려 할 것이란 의미다. 지난해 2월 티베트의 인권문제가 거론되자 "서방의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일갈한 시 부주석의 발언에서 그 역시 강한 중국을 위해 서방과 일전을 불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새롭게 짜이고 있는 국제질서의 한복판에 한반도가 있다는 점이다. 시 부주석과 거의 동시에 북한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내정됐다. 중국과 북한의 '차기'가 결정된 뒤 양측의 고위급 관리들이 빈번히 오가며 새로운 협력틀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어린 김정은으로서는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고,중국은 높아져가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시진핑 시대의 개막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국(局)으로 사실상 독립시켜 수십명이 매달리는 데 반해 중국과(課)에서는 고작 8명이 13억명을 상대하도록 외교통상부를 운용하는 정부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중국에 대한 정밀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때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