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관리형 리츠(REITs · 부동산투자회사),부동산 보유 기업,자본력 갖춘 독립 디벨로퍼.'

금융사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단 등으로 자기자본 없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불가능해지면서 등장하고 있는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 유형이다. 외환위기 이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던 건설사들이 1세대 디벨로퍼,외환위기 이후 시행과 시공이 분리되며 시행사 지급보증에 의존해 난립했던 디벨로퍼들이 2세대라면 이들은 3세대로 꼽힌다.

자본력 없는 독립 디벨로퍼들은 자기관리형 리츠를 앞다퉈 설립하고 있다. 자기관리형 리츠는 페이퍼 컴퍼니 형태인 일반 리츠와 달리 상주 임직원과 전문 운용인력을 두고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다.

최근 다산자기관리리츠 등 6개사가 국토해양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고 코리얼 등 3개사가 설립을 신청했다. 10여개사는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인가가 난 6곳은 금융기관 출신이 도시형 생활주택 개발을 위해 설립했다. 설립 추진되는 리츠 중에는 관광단지 오피스빌딩 등 다양한 상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PF 대출을 강화하고 시공사들도 PF 대출 연대보증을 꺼리면서 자기 돈 없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불가능해졌다"며 "자기관리형 리츠는 공모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최근 설립 붐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보유 기업들의 개발사업 진출도 두드러졌다. 인천에 100만㎡가량의 땅을 가진 동화홀딩스그룹은 자회사 동화디벨로퍼를 세워 자동차 유통단지로 개발 중이다. SK그룹도 주유소 부지를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전 KT 코레일 등 공기업도 부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전스텝의 임현욱 사장은 "일본에서도 전철회사 등 땅을 많이 가진 업체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공장 이전 등으로 생긴 땅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자본력을 갖춘 독립 디벨로퍼들도 새롭게 등장했다. 서울 강남 교보생명사거리에 오피스텔을 분양 중인 싸이칸홀딩스의 김정률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2005년 8월 게임업체 그라비티를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테크노그루브에 4000억원을 받고 팔았던 인물로 도심재개발,상업 · 레저시설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개발시장은 살아남은 2세대와 3세대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자본과 노하우라는 진입 장벽이 디벨로퍼 생태계 건전화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