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 관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 중인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공장 투자 참여 여부를 놓고 녹십자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신종플루 팬데믹(대유행) 이후 국내외 제약사들이 잇따라 백신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재도 공급 과잉 형태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경제성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200억원 투자를 놓고 중복 투자라는 우려도 제기 됐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백신의 자급자족 및 지역경제 균형 발전 등을 위해 2013년 목표로 경북 안동에 세포배양 방식 백신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경부는 현재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나머지 200억원을 투자할 국내외 제약사들을 공모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로는 녹십자가 1순위 '러브콜'을 받았고,외국 제약사 중에는 노바티스가 투자 참여를 권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는 투자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나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가동 중인 전남 화순의 백신공장 생산 규모가 5000만도즈에 달해 추가 공장을 준공할 필요가 없다는 게 녹십자의 입장이다. 또 화순 공장 투자비로만 총 1000억원을 투입한 만큼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는 중복 투자라는 내부 지적도 나왔다.

녹십자 관계자는 "세포배양에 대한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순공장에 배양시설만 추가하면 투자비 대비 공장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굳이 다른 곳에 공장을 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 녹십자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사업의 경제성만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잠재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국내 제약사 중 한 곳이 다국적 제약사와 함께 사업권을 따낼 경우 백신시장 1위 수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이와 관련해 녹십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낼 상황이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공모 추이 등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